"666은 싫어합니다" 교황, 아르헨 우파 대통령 기부금 거절
기독교에서 금기시하는 숫자…서민 세금인상에 대한 불만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국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보낸 거액의 기부금을 거절했다.
교황은 기부금 액수에 포함된 숫자 '666'을 싫어한다고 밝혔지만, 서민을 상대로 세금을 대폭 올린 우파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정치적 해석도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이달 초 교황이 후원하는 교육 재단 '스콜라스 오쿠렌테스'에 1천666만6천 페소(약 14억 원)를 기부했다.
교황은 재단의 아르헨티나 지부에 편지를 써 돈을 되돌려주라고 요청하면서 "나는 666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썼다고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가 교황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한계시록에서는 '666'을 '짐승의 숫자'로 기록했고 지금은 기독교인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악마의 숫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교황은 특히 아르헨티나 언론들이 마크리 대통령과 교황의 썰렁했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해 보도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를 지낸 교황과 부유한 기업가 집안 출신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을 지낸 중도 우파 성향의 마크리 대통령은 지난 2월 교황청에서 만났을 때도 의례적인 인사와 짧은 악수를 주고받았다.
당시 교황은 마크리 대통령에게 빈곤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 달라고 촉구했으며, 아르헨티나 언론은 "교황이 마크리 대통령에게 냉담한 22분을 내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교황은 오랫동안 아르헨티나의 진보 단체들을 후원해 왔으며, 중도 우파인 마크리 대통령은 그 단체들을 정치적 반대파로 여겨왔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기독교에서 금기시하는 숫자 '666'이 포함된 다소 특이한 기부 총액에 대해 마크리 대통령 측은 현지 언론에 직원 36명의 임금과 유지비 등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본부에서 쓰는 비용을 기초로 계산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WP는 전했다.
마크리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은 마크리 대통령이 전기요금 500%, 교통비 100%를 인상하는 등 노동자 계층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며 교황의 기부금 거부는 이에 대한 불쾌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i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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