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이라크 팔루자서 '어색한' 공동 탈환작전
시리아에선 반군·정부군 각자 지원하며 대리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에서 적대적 관계인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전장에서 또다시 어색한 공동작전을 펴게 됐다.
공식적인 연대는 양측 모두 부인하지만 '공동의 적'인 이슬람국가(IS)에서 팔루자를 탈환하는 작전을 지원하면서 결과적으로 아군이 된 것이다.
이라크 정부군이 주도한 이 작전에 미국은 공중 폭격으로 돕고 있고, 이란은 이번 탈환전에 가담한 카타이브 헤즈볼라, 바드르여단과 같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를 직접 지원한다.
팔루자 탈환 작전이 IS와 전투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만큼 이란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사령관 카심 솔레이마니도 작전 개시 전 현장에 모습을 보였다.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지도부 가운데는 미국 정부가 테러분자로 지정한 '위험인물'이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팔루자 탈환 작전에서 활약하고 있다.
핵협상 타결에도 미국과 이란의 반목은 여전하지만 지난해 4월 티크리트 탈환 작전에서 보였듯 이라크에서만은 공적인 IS를 고리로 서로 묶이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군은 공습 지원이 시아파 민병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는 선을 긋지만, 이라크 정부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지상전에서 밀접하게 연결된 만큼 이를 명확히 구분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논평했다.
시리아에서 미국은 반군에, 이란은 정부군의 편에 서면서 대리전을 벌이는 상황과 정반대 양상이다.
이는 현재 이라크 정부의 태생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결과임과 동시에 시아파가 주축이 된 종파적 성격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수니파 사담 후세인 정권을 대체할 세력으로 시아파를 과도 정부에 대거 기용했다. 이때 권력을 잡게 된 이라크 시아파 정치세력은 후세인 정권의 탄압을 피해 이란에 망명한 인사가 상당수였다.
미국이 세웠지만 이란에 빚을 진 시아파 정치인들이 현재 이라크 정부를 이끌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라크 정부는 친이란 성향이 강하다.
이번 팔루자 탈환 작전도 이란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전 개시를 선언하기 9일 전인 14일 국제동맹군 대변인 스티브 워런 미군 대령은 "팔루자를 지금 당장 탈환할 군사적 이유가 없다"면서 모술을 우선순위로 뒀지만 이라크 정부는 이를 사실상 무시했다.
반면 시아파 민병대는 미군과 달리 줄곧 강경 수니파의 근거지이자 바그다드 인근의 팔루자를 모술보다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팔루자가 바그다드의 시아파 주민을 공격하는 IS의 전진 기지 역할을 하는 탓이었다.
IS에 맞선 중요한 전투에서 미국과 이란이 다시 간접적으로 공동 전선을 형성하자 이란의 숙적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민하게 반응했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29일 팔루자 작전에 이란이 개입하는 데 대해 내정 간섭이자 종파적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면서 "카심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에 있는 이상 평화는 없다"면서 이란을 직접 겨냥했다.
이란의 기여로 상징성이 큰 IS의 요새 팔루자를 되찾게 될 경우 이란의 위상이 높아지게 되는 상황이 사우디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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