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국민들 "굶주림 채우려 개·고양이 사냥"

박상주 입력 2016. 5. 1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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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AP/뉴시스】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18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새로운 대통령 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2016.05.19
【서울=뉴시스】국제 원유 값 하락에 따른 경제난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정정 불안 등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정부가 15일(현지시간) 6O일 간의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에 따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의회 동의 없이 두 달 간 세금 인상과 복지 정책 시행, 식량 수입 등 각종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업체 활동과 산업 생산, 통화 거래 등의 통제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한 슈퍼마켓에서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다. <출처: BBC방송> 2016.1.15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극심한 정정혼란과 경제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식량부족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굶주린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허기긴 배를 채우기 위해 길거리의 개와 고양이, 비둘기 사냥까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생필품 약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한때 남미 좌파세력의 중심축이었던 베네수엘라가 총체적 마비 상태로 빠져 들고 있다.

USA투데이는 18일(현지시간) 현지 르포 기사를 통해 식량을 구하기 위해 가게 앞에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과 연일 반 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거리의 모습 등 베네수엘라의 실상을 상세하게 전했다.

수도 카라카스의 무차초 시장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민들은 배를 채우기 위해 광장에서 개와 고양이를 사냥하고 있다”고 식량난의 위급성을 전했다. 무차초 시장의 이같은 트위터 글은 현지 신문들에 의해 대서특필됐다.

수도인 카라카스에서 남서쪽으로 88㎞ 지점에 위치한 라 빅토리아시의 한 식료품점 앞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줄을 서 있었다. 매장의 식료품은 이미 동이 난지 오래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옥수수나 쌀 등이 언제라도 들어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지닌 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실직 건설노동자인 로베르토 산체스(36)는 “정치와 경제가 모두 혼돈으로 치닫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산체스는 “우리에게 먹을 음식이 없다, 전기는 하루 4시간 씩 끊긴다. 범죄율은 치솟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대로 영원히 갈 수는 없다. 뭔가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삶이 궁핍해 지면서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60일 비상사태로 맞섰다. 그는 14일 수도 카라카스의 이바라 광장에서 가진 연설에서 ‘베네수엘라 파시스트 세력’의 요청을 받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안정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틀 후인 16일 포고령을 통해 정부가 보안과 식량 분배, 에너지 공급 등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기본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통제하도록 해 기업들 몰수의 길을 열어 놨다. 포고령은 또 외국 단체 등과 연계된 개인, 회사, 비정부 기구들은 검열을 받도록 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조처에 분노한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오고 있다. 18일 카라카스의 거리에서는 경찰이 수천명의 시위대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마두로 대통령 소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다. 카라카스의 대규모 시위는 이번 주 들어 세 번째 열리는 것이었다.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당장 식량과 의약품, 화장지 등 생존에 필요한 물건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밀가루 부족으로 빵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남미 최대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오랜 동안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베네수엘라는 기름을 판 돈으로 생필품을 수입해 쓰는 나라다. 오일머니가 줄어들면서 국민들은 생필품 난에 시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생필품의 7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기 부족으로 100개 이상의 쇼핑몰들이 문을 닫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700%까지 치솟았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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