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항모, 홍콩 오지마".. 中, 9년만에 입항 거부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함이 바다를 헤치며 나아가는 모습.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 당국이 존 스테니스 항모전단의 홍콩 입항을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동아일보DB |
홍콩 입항을 거절당한 존 스테니스 항모전단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3월 부산항에 입항했으며 훈련이 끝난 뒤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작전에 투입됐다.
항모(9만7000t)와 3척의 이지스 구축함, 핵추진 잠수함으로 이뤄진 존 스테니스 항모전단은 웬만한 국가의 전체 군사력과 맞먹을 정도다. 함재기 80여 대도 싣고 다니며 1개 항모강습단의 전력 가치는 18조 원으로 한국 국방예산의 절반에 해당한다.
빌 어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최근 존 스테니스 전단의 홍콩 입항 요청을 거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오랜 기간 홍콩 항을 방문해 왔으며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홍콩사무소는 지난달 29일 미국 측에 존 스테니스 전단의 홍콩 입항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존 스테니스 전단은 당초 5월 3일부터 5일 동안 홍콩에 입항해 머물 계획이었다. 현재 홍콩에 있는 제7함대 소속 군함 블루리지는 그대로 정박해 있다.
존 스테니스 전단은 3월 1일 남중국해 인근 해역에 들어와 순찰했다. 4월 15일에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이 남중국해에서 진행된 미국과 필리핀 정례 연합 군사훈련을 참관하면서 존 스테니스함에 직접 올라 중국을 자극했다. 카터 장관은 당시 함상 연설에서 “우리는 긴장 수위를 낮추기를 원하지만 이와 동시에 동맹국인 필리핀을 포함한 지역 내 모든 국가가 다 같이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군이 ‘A-10C 선더볼트Ⅱ’ 공격기 6대를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의 우디 섬(중국명 융싱다오·永興島) 인근 상공에 비행시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은 입항 거부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남중국해 훈련을 문제 삼았다는 사실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외교부가 로이터에 보낸 성명서에 “미국 군함과 항모의 입항 허가는 중국이 주권 원칙과 ‘특수한 사정’을 바탕으로 사안별로 결정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관영 중국중앙(CC)TV는 지난달 28일 중국군이 대형 군함과 무장헬기 등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상륙훈련을 하는 장면을 방영했다. 이는 지난달 4∼15일 미국과 필리핀이 ‘발리카탄(어깨를 나란히)’ 연합훈련을 한 것에 대한 맞대응 조치의 성격이 짙다. 중국 해군은 또 길이 82m, 폭 32m, 배수량 5300t의 자국 최대 쌍동선(雙胴船)을 최근 진수하고 남중국해 대잠(對潛)작전 임무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펑황왕(鳳凰網)이 1일 보도했다.
한편 SCMP는 미국이 조만간 남중국해에 다양한 크기와 기능을 갖춘 ‘무인 수중 드론’을 배치할 예정이어서 이 해역에서의 미중 간 군사력 경쟁의 무대는 ‘수중 드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중 드론’은 먼저 정보탐색 활동에 투입되지만 앞으로 어뢰 발사 등 공격적인 기능도 갖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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