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낙태 전면불허' 입법안에 시위.."이란보다 못해"

2016. 4. 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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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바르샤바의 낙태불허안 반대 시위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유럽에서 낙태가 쉽지 않은 국가로 꼽히는 폴란드에서 가톨릭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낙태를 전면 불허하는 법안이 추진되자 3일(현지시간) 폴란드 주요 도시에서 여성주의자들을 중심으로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낙태를 전면 불허하는 입법안은 지난해 10월 총선거에서 집권한 우파 정당인 '법과 정의당'(PiS)이 가톨릭 교리에 따르겠다며 마련한 것으로 여성 권리 옹호론자 등으로부터 반발을 불러 지난 몇 달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바르샤바를 포함한 폴란드 주요 도시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자가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불법 낙태 도구를 상징하는 철사 옷걸이를 흔들며 행진했다고 온라인 매체인 '바르샤바 보이스' 등이 보도했다.

좌파 '함께 당'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제안한 이번 시위에 참가한 마르타 노바크는 "심지어 이란조차 이번 입법안보다 진보적인 낙태법을 운용한다"고 비난했다.

법과 정의당은 어떤 경우라도 낙태를 불허하고, 시험관 인공수정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중단하며 성관계 후 복용하는 피임약을 불허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폴란드 가톨릭 주교들은 공개서한에서 "피임에서부터 존엄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모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며 "의원들에게 새 입법안을 시행하라고 촉구한다"고 밝혀 낙태 불허 입법안의 지지를 표명했다.

법과 정의당의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당수는 당원들에게 찬성투표하라고 강제하지 않겠다면서도 "다수가, 아니 거의 모두가 새 입법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폴란드에서 낙태는 강간이나 근친상간, 임신부의 생명이 위태롭거나 태아가 위험할 때 허용된다.

한편 여론조사기관인 'IBRiS'의 조사결과 66%는 새 입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30%는 찬성, 4%는 입장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고 바르샤바 보이스는 보도했다.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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