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사회민주주의 급속 퇴보.."병든 장미"

2016. 4. 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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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유럽내 중도좌파 지지율 70년래 최악 추구해온 목표 달성·전통적 지지기반의 분화 등 요인
유럽 사회민주주의 전성기를 구가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이코노미스트, 유럽내 중도좌파 지지율 70년래 최악

추구해온 목표 달성·전통적 지지기반의 분화 등 요인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한때 유럽의 정계를 장악했던 중도좌파(사회민주주의 세력) 세력이 퇴보를 거듭하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스코틀랜드에서 리투아니아까지 우파 정부를 거치지 않고도 자동차로 여행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유럽의 중도좌파 세력은 최근 들어 지지율이 3분의 1이나 하락, 지난 70년래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병든 장미'가 됐다고 영국의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2일 자)에서 분석했다.

지난해 총선을 치른 5개국 가운데 덴마크에서는 집권 사민당이 실각했고 핀란드와 폴란드, 스페인 등에서도 최악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영국(노동당)도 이에 버금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사회당이 아직 집권 중이나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인기가 하락 일로에 있어 내년 대통령 선거 결선에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런던과 암스테르담, 카탈루냐(스페인), 스코틀랜드 등과 같은 과거 사회민주주의 아성들이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중도좌파 지지 유권자들은 어디로 갔는가?

이중 상당수는 각각의 포퓰리스트들에 의해 흡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북부의 경우 반이민 우익으로, 남부는 반시장 좌익 진영에 각각 흡수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부는 또 페미니스트당이나 해적당, 녹색당, 진보당 등으로 전향했다.

중도좌파는 지난 1980년 말과 1990년대 초에도 큰 하락세를 보였으나 기존의 노조 우선 노선을 버리고 규제 완화와 공공서비스 개선 등 이른바 '제3의 길'을 택한 토니 블레어(영국), 게하르트 슈뢰더(독일) 전 총리 등에 힘입어 부활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긴축정책이 불가피해지면서 타격을 입었으며 유로화 위기가 사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중도좌파의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장악하고 유럽의회에서도 만만치 않은 세를 과시하던 중도좌파가 이처럼 퇴보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코노미스트는 ▲중도좌파가 추구해온 목표의 달성 ▲유럽 경제의 구조적 변화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한 공포 감소 ▲ 획일적인 계층 그룹의 퇴조 등으로 그 배경을 분석했다.

우선 19세기 말 고전적 온건 사회주의가 추구해온 목표들이 상당 부분 달성됐다는 것이다.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나 배분 등은 이제 좌·우파 정부에 관계 없이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시비를 거는 정치 세력은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유럽 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중도좌파의 기반인 집산주의 정책들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첨단 자동화를 비롯한 각 부문에 도입된 변화로 일자리들이 해외로 옮겨가거나 아예 사라져버렸다. 광업이나 철강 등 산업혁명기 노조화된 산업들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고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국영에서 민영으로 근본적인 전환이 이뤄졌다.

정치적으로 유럽은 소련의 위협과 다른 한편으로는 파시즘의 위협 사이에서 중도좌파를 선택했었다. 그러나 한세대 이후 정당들은 이제 이 같은 낡은 조류로부터 벗어나 자신들만의 의제를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변화와 함께 중도좌파의 전통적 기반에도 분화가 일어났다.

중도좌파 정당은 그동안 전통적인 노동자 계층에 지지 기반을 둬왔으나 사회변화로 '새로운 부유 노동자'나 '기술 중산층', '신종 서비스 노동자' 등 새로운 변종 노동자 그룹이 생겨났다.

이 같은 전반적인 변화는 모든 정당에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나 공통문화에 대한 결속력이 약한 좌파 정당에 가장 타격을 안겨준 것으로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유럽에서 중도좌파,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다시 회생할 기회는 있는가?

이코노미스트는 다양해진 계층에 대해 사회민주당만이 그들의 다양한 이익을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진단하면서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잘 조화시킨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노선이나 이념보다는 아동이나 노년층에 대한 복지 등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될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중도좌파 정치인들인 지중해 소국 몰타의 조셉 무스카트 총리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을 예로 들었다.

여성의 취업 장려 등 실용적인 정책으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무스카트 총리는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회의 잘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잘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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