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르헨과 '과거사' 청산 노력..'더러운 전쟁' 문서 공개키로

2016. 3. 1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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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아르헨 군사독재 정권 시절 인권유린 美 역할 사과..추모공원 방문 예정 백악관 "미래로 전진 위해선 과거 명료하게 인식해야"
아르헨티나 인권운동가들이 군사 쿠데타 발생 39주년인 지난해 3월 24일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군사독재정권(1976∼1983년) 시절 실종된 사람들의 사진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오바마, 아르헨 군사독재 정권 시절 인권유린 美 역할 사과…추모공원 방문 예정

백악관 "미래로 전진 위해선 과거 명료하게 인식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남미 간 '과거사 청산'에 나선다.

임기를 마치기 전에 미국의 대남미 관계 숙제를 풂으로써 남미와 관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이른바 '미국의 뒷마당'이라는 중남미에까지 촉수를 뻗치는 중국의 영향력 차단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의 내주 아르헨티나 방문을 앞두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7일 지난 70~80년대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이 저지른 '더러운 전쟁'에 관련된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부(CIA) 등의 비밀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더러운 전쟁'은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1983년 민주화로 물러날 때까지 좌익 반군은 물론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야당 정치인과 학자 학생, 노동조합원 등을 비밀리에 납치·감금·고문·살해한 것을 일컫는다.

미국은 남미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다는 전략적 목적에서 남미 군사독재 정권들의 이러한 폭정을 알면서도 눈감았을 뿐 아니라 비밀리에 방조했다는 의혹을 샀다.

당시 칠레를 중심으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등의 독재 정권들은 '대테러 협조'를 구실로 '콘도르 작전'이라는 암호명의 공조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 기간 실종·피살자는 아르헨티나에서만 해도 적게는 1만3천 명, 많게는 3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 희생자의 어린 자녀 수백 명이 군사정권에 의해 남의 집에 강제입양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선 수십 년 만에 죽은 부모 대신 조부모를 찾은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1년 브라질, 칠레 순방 때도 미국이 냉전 시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대통령과 같은 중남미 독재자들을 지원한 데 대해 사과하고 과거의 인권유린 규명 노력에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러나 이번 아르헨티나 방문을 통한 과거사 해결 노력은 이보다 훨씬 포괄적이라고 백악관 측은 말했다고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전했다.

그동안 공개를 거부해온 국방부와 정보기관, 사법기관, 백악관 등의 기록들을 문서보관소에서 찾아서 비밀해제 조치를 통해 공개하는 외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 있는 추모공원을 방문, 군사독재 시절 희생자와 인권운동가들을 기릴 예정이다.

미국은 이미 지난 2002년 '더러운 전쟁'과 관련, 국무부 문서 4천700건을 공개했으나 비밀이 부분해제된 것이었다. 국방부와 정보기관 문서들에 대해선 그동안 아르헨티나 측의 거듭된 비밀해제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국무부 문서 중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이 1976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외교장관을 만났을 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더러운 전쟁'에 대한 미국의 묵인·방조 의혹을 낳을 만했다.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이 군부가 "테러리스트들"에 강경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키신저의 이러한 대답은 새로 구성된 미국 의회가 조직적 인권탄압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원조를 끊을지도 모르니 빨리 처리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시 군사정권 측은 키신저의 이러한 대답을 좌파 반군과 정치적 반대파, 사회주의 혐의자 등에 대한 "야만적인" 탄압을 계속해도 된다는 "청신호"로 받아들였다고 아르헨티나 주재 미국 대사는 본국에 보고했다.

뉴욕타임스는 17일자 온라인판 사설에서 이같이 설명하면서 "이제는 미국이 아르헨티나의 공포 시대에 무엇을 알았고 묵인해줬는지 솔직히 털어놓을 때가 됐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방문에서 미국의 당시 역할을 더욱 철저하게 밝힐 것을 다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방부, CIA 등의 관련 비밀문서가 공개되면, 아르헨티나 내부에서 계속되고 있으나 증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상 규명과 납치 후 강제입양된 희생자 자녀들의 소재지 파악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아르헨티나 측은 기대하고 있다.

2002년 국무부 문서 공개도 아르헨티나의 관련자 처벌에 일부 증거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었다.

라이스 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르헨티나 정부의 요청에 비밀해제를 위한 "광범위한 노력"을 할 것임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아르헨티나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하나의 국가로서 앞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우리는 우리의 몫을 다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서건 세계 다른 어디에서건 미래로 전진(moving forward)하려면 과거에 대한 명료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말했다고 프랑스 AFP통신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르헨티나 도착 이튿날인 24일은 40년 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날로 아르헨티나에선 군사독재 정권 희생자들을 기리는 날로 기념되고 있다.

지난 2005년 아들 부시 대통령의 방문 때 거센 반미·반부시 시위로 맞았던 아르헨티나 국민 사이에선 이번에도 '왜 하필이면 쿠데타 40주년에 오느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더러운 전쟁'의 기억 때문에 여전히 남미 중 가장 반미 정서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아르헨티나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과거사' 해결 행보의 결과는 미국과 남미 관계에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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