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낙서 때문에..피렌체 두오모 성당 '디지털 낙서장' 설치
[경향신문]
“독도는 한국땅!”, “한국소녀 조XX 왔다감~”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을 대표하는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두오모)은 그 유명세만큼이나 넘쳐나는 낙서 때문에 골머리를 썩여 왔다. 특히 2000년대 초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가 히트를 친 뒤엔 일본어와 한국어로 된 낙서도 크게 늘었다.
두오모가 낙서를 막기 위한 묘책을 내놓았다. 16일 뉴욕타임스는 두오모가 최근 디지털 낙서장을 설치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오모를 관리하는 오페라 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재단은 최근 3개월에 걸쳐 대대적인 낙서 제거 작업을 벌인 뒤 두오모에서 가장 낙서가 많은 종탑(캄파닐레) 입구에 태블릿 컴퓨터 3대를 설치했다.
디지털 낙서장이 설치된 뒤 3일 동안 3000여명이 종탑을 찾았으나 새 낙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대신 304개의 디지털 메시지만 남겨졌다고 두오모 측은 전했다. 관광객들은 이 디지털 낙서장에서 나무, 대리석 등 배경 화면을 고른 뒤 립스틱이나 스프레이 같은 낙서 도구를 선택해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메시지는 웹사이트에 저장돼 영구히 보관된다.
이탈리아에선 문화재에 낙서를 하면 벌금형이나 구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낙서 제거 작업에 참여한 문화재 보존 전문가 베아트리체 아고스티니는 “종탑에 오르는 계단 공간이 너무 좁아 모든 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문화재가 많은 피렌체는 최근 몇 년간 크게 늘어난 낙서에 대응하기 위해 문화재 곳곳에 경보시스템과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 왔다. 재단 대표인 프랑코 루체시는 “성당에 낙서를 한 일본인 학생들이 마치 순례객들처럼 몇 년 뒤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러 다시 찾아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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