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병자 된 핀란드 '애플' 잡스가 공공의 적

임세정 기자 2016. 3. 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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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제지업, 경제 지탱한 두 기둥 스마트기기 탓에 몰락.. 실업률 급등

‘유럽의 병자’. 핀란드 경제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을 두고 핀란드의 전 총리이자 현 재무장관인 알렉산데르 스투브가 한 말이다.

2012년 이후 경제가 활기를 잃은 상태인 핀란드에선 “스티브 잡스가 일자리를 빼앗아갔다(Jobs took our jobs)”는 이야기가 웃지 못할 소리다. 핀란드의 실업률은 2008년 6.2%에서 최근 9.5%로 올랐다.

영국 BBC방송은 29일(현지시간) 지난 4년간 곤두박질친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는 애플의 창업주인 잡스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얼핏 듣기엔 다소 황당한 ‘잡스 책임론’은 사실 핀란드 경기 악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핀란드 경제를 지지하는 두 개의 기둥이었던 IT산업과 산림업(특히 제지산업)이 아이폰의 등장으로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BBC는 “핀란드의 산림업은 규모가 거대하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광대한 숲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상업적 자원으로 매우 가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터넷 서비스의 발달과 더불어 스마트기기가 상용화되면서 종이를 찾는 사람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핀란드는 직격탄을 맞았다.

잡스가 불러온 핀란드의 두 번째 재앙은 ‘국민기업’ 노키아의 몰락이다. 노키아는 애플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이동전화 단말기 공급자였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한 이후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노키아의 몰락은 한 기업의 몰락으로 그치지 않았다. 핀란드경제연구소(ETLA)는 “노키아가 추락하면서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 감소했고, 2008년과 2014년 사이 일자리는 5분의 1이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핀란드 경제 문제가 잡스 혼자만의 책임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는 핀란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핀란드의 대표적인 유제품기업 발리오는 러시아 시장에 대한 핀란드 식품 수출의 40%를 차지해 왔으나 러시아에서 수입이 금지됐다.

인구 노령화는 심해지는데 임금은 점점 올라간다. 2007년에서 2014년 사이 핀란드의 노동임금은 25%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달리 유로화를 쓰고 있어 수출 등에 있어서 자국 통화의 가치 절하를 통해 이익을 볼 수도 없다. 핀란드 내부에서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BBC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보고서 내용을 기억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핀란드는 경기 침체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소득과 웰빙을 즐기고 있으며, 실업률 증가에도 불구하고 사회 안전망이 소득 불평등을 낮게 유지해준다는 것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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