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 비슷한 '끼리끼리' 결혼 늘며 '부익부 빈익빈' 심화"
[동아일보]
“예전에는 의사가 간호사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은 남자 의사는 여자 의사와 결혼한다. 그런 평등한 결혼이 사회의 불평등을 낳는 역설적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7일 미네소타대 인구센터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사회 진출 증가, 자신과 비슷한 배우자를 찾는 연애 풍속도 때문에 ‘동등한 결혼’은 늘고 있으나 이 때문에 계층 간 불평등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이 이뤄지고 이것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1970년 부부의 경우 남편 소득이 100이라면 부인 소득은 52였다. 요즘 그 격차는 22(남편 100, 부인 78)로 좁혀졌다. 사회학자들은 “결혼이 고소득자와 고소득자 또는 저소득자와 저소득자의 끼리끼리 결합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1990년대 비슷한 소득 수준의 부부는 전체 커플의 33%였으나 2011년 조사에선 40%까지 증가했다. 또 부부 중 3분의 2가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15%는 부인의 교육 수준이 남편보다 높았다. NYT는 ‘끼리끼리 결혼’의 증가 요인에 대해 “예전에는 살림 잘할 신붓감과 능력 있는 신랑감을 찾았다면 요즘은 열정, 취미, 자녀관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배우자를 원하는 추세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슈워츠 위스콘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끼리끼리 결혼의 증가는 (가계)소득 불평등의 심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왜냐하면 부유한 사람끼리 결혼하면 그 가정의 경제적 혜택은 (가난한 사람끼리 결혼한 경우와 비교할 때) 배가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NYT는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은 자녀들의 성취 기회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고 전했다. 결국 끼리끼리 결혼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계층 간 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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