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이들처럼..아베와 대조되는 교황과 메르켈의 사과

고정애.이정헌 2016. 1. 2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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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진정한 사과를 실천했다. 잘못한 일에 대해 사죄하고 또 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바오로 대성당에서 열린 저녁 미사에 참석했다. 기독교 다른 종파 대표들도 함께 한 자리였다. 교황은 “무엇보다 먼저 예수의 몸에 상처를 낸 것과 다름없는 우리 쪽 분열의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 가톨릭의 수장으로서 다른 기독교인에게 비복음적 행동을 했던 데 대한 용서와 자비를 청한다”고 했다. 가톨릭 신자들에게 “우리 마음을 상하게 한 기독교 형제들이 있다면 용서하자. 과거의 일을 지울 수는 없지만, 과거 잘못의 무게가 우리 관계를 훼손하게 둬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16~17세기 종교개혁 과정에서 가톨릭의 신교 탄압을 사죄한 것이다. 교황은 그 시작이었던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10월 세계루터교연맹의 발상지인 스웨덴 룬드를 방문한다.

교황은 2014년 이탈리아 내 개신교인 오순절파를 방문해 1900년대 파시스트 정권 아래 가톨릭 교회의 잘못을 사과했다. 그는 “그들(가톨릭 교인들)은 거의 미친 것 같았다. 여러분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죄악에 이끌렸던, 나의 형제·자매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스정교회·유대교는 물론 이슬람교에도 고개를 숙였다.

메르켈 총리는 25일 베를린에서 열린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와 예술’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강제수용소나 게토(격리된 유대인 거주지)에서 고통 받았던 유대인 예술가 50명이 1939~45년 비밀리에 그린 작품 100점으로 이스라엘 야드 바셈 기념관이 소장한 것이다. 작품엔 당시의 고통과 고역·공포가 담겼다.

메르켈 총리는 그림을 하나하나 꼼꼼히 봤다. 그러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전시 작가인 넬리 톨을 보자 다가가 두 손을 맞잡았다. 메르켈 총리는 이후 연설에서 “우리의 영원한 책임을 의식한 채로 있어야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전시”라며 “그림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고 항상 희생자들을 기리며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고 했다.

야드 바셈의 아브너 샬레브 대표는 “예루살렘 밖으로 이 작품들을 가지고 나오기 힘들었다”며 “그래도 전시를 한다면 베를린이 적소라고 여겼는데 이데올로기(나치즘)가 여전히 주변을 배회하는 중에도 독일 사회와 정부가 지속적 헌신과 책임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에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근 사죄를 의심케 하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조기 철거를 한국 측에 촉구하라고 일본 정부를 압박하는 결의안을 마련했다. “(소녀상은) 재외 공관의 안녕과 위엄을 해치는 만큼 조기 철거되도록 강하게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 청원사이트(www.change.org)에는 “위안부는 급여를 잘 받은 매춘부였고 미군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내용을 (교과서에) 기술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미 캘리포니아주가 역사 교과서에 위안부 관련 내용을 넣으려 하는 걸 막으려는 일본 극우 인사들의 행동으로 추정된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0)·강일출(89) 할머니는 26일 도쿄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직접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강 할머니는 “아베 총리가 나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 우리가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저 세상에 가야 되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강 할머니는 "우리를 죽일래, 소녀상을 없앨래, 둘 중 하나를 택해라"고 했다. 이 할머니는 “(최근 한·일 합의로)돈, 그 잘난 것 몇 푼 되지 않는 것 쥐고 와서 할머니들 입을 막으려고 했다. 너무 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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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도쿄=고정애·이정헌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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