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어 바레인,수단도 이란과 단교..중동 수니-시아로 양분

2016. 1. 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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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이 새해 벽두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수니파와 이란 중심의 시아파로 양분돼 일대 격전을 벌일 조짐이다. 사우디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 데 이어 바레인과 수단까지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가 테러범으로 지목된 시아파 사형수에 대한 형을 집행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로 시리아 내전 종식과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현안 해결에 ‘빨간불’이 켜지고 국제유가가 출렁이는 등 국제 질서에 일대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사우디에 주재하는 모든 이란 외교관은 48시간 안에 본국으로 떠나라”며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했다. 이번 단교선언은 전날 사우디가 테러협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 등 반정부 시아파 유력인사 4명을 포함한 47명에 대한 형을 집행하자, 이란 시위대가 주이란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외교공관을 공격한 데 따른 대응으로 나왔다. 이란 주재 사우디 외교관들은 이란 시위대의 공격 직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피신했다. 사우디의 단교 선언에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차관은 “이란 주재 사우디 외교관 중 다친 사람은 없다”며 “그들은 큰 실수(단교)를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사우디는 전략적 실수와 섣부른 접근으로 중동안보를 위협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에 이어 바레인과 수단도 4일 이란 외교관에게 추방을 통보하면서 이란과 단교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추고 자국내 이란 외교관 수를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바레인과 수단은 사우디와 같은 수니파가 정권을 잡고 있다. 수니파 왕정 6개국 모임인 걸프협력회의(GCC)도 사우디 지지를 선언하면서 이란과 대립각을 세웠다. 반면, 파키스탄과 인도 카슈미르 지역, 이라크의 시아파 세력은 사우디 규탄에 앞장서는 등 이란 편에 서면서 세 규합에 나섰다.

사우디가 이란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알님르의 사형집행을 강행한 것은 내부 불안을 외부로 돌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알사우드 사우디 왕가는 유가급락으로 인한 재정위기, 예멘 내전 장기화 등 잇따른 악재로 위기에 휩싸인 상태다. 특히 예멘 내전은 살만 사우디 국왕의 아들인 모하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국방장관 주도로 무장개입까지 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취임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살만 국왕은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란과의 갈등을 폭발시켜 수니파간 단합을 유도함으로써 정국 불안을 돌파하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바레인과 수단도 정권 유지를 위해 사우디에 동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중동을 넘어 이슬람 사회 전체가 양대 종파를 중심으로 편가르기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는 시계제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당장 단교선언 직후 알님르의 고향 알아와미야에서 시아파 주민과 경찰간 총격전이 벌어져 남성 1명이 숨졌으며, 이라크 바빌주 주도 알힐라에서는 수니파 모스크 2곳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모스크 폭파사건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아파 주민 내지 시아파를 가장한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시아파와 수니파가 한 국가 안에서 지역별로 나뉘어 공존하는 중동 국가의 특성을 감안하면, 국가별로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중동과 이슬람 사회 분열은 서방 사회 최대 고민거리인 난민문제를 한층 심화시킬 수 있다. 중동 지역내 초국가적 협력 없이는 난민의 진원지인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고 IS를 격퇴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칫 종파분쟁이 무력충돌로 이어지면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시아파 정부와 수니파 주민간 적대감이 수니파 무장조직인 IS에 승리를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종파간 대립이 단시일안에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동 각 지역의 내전과 원유 등을 두고 수니파와 시아파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멘에서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수니파 정부군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반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으며, 시리아에서는 반대로 이란이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부를 지지하고, 사우디가 수니파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유가 폭락도 종파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편, 이란과 밀월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는 사우디와 이란간 갈등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외무부 고위인사는 이날 자국 언론에 “러시아 외무장관 주도로 두 나라 간 회담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란의 후원자 역할을 해 왔으며, 최근에는 사우디와의 관계로 급속히 발전시키고 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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