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피부 더 검어 보이게"..美공화당의 교묘한 선거캠페인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처음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2008년 반대당인 공화당은 오바마의 피부 색깔을 실제보다 더 검게 조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솔로몬 메싱 등은 2008년 대선에 사용된 광고 126개에 나온 오바마와 존 매케인 당시 공화당 후보 피부의 색이 짙은 정도를 측정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상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광고에서는 상대 후보의 모습을 어둡게 하거나 흐릿하게 만드는 효과를 줬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시간) 매케인 측이 오바마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광고에서는 거의 항상 오바마의 피부가 매우 어둡게 나온 점이 흥미롭다고 지적했다.
검은 정도를 4단계로 분류했을 때 오바마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광고에서 오바마의 피부색이 가장 높은 단계에 속한 비율은 86%나 됐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매케인 측 광고에 등장한 오바마의 피부는 더욱 검게 변했다.
이는 흑인의 피부가 검을수록 인종적 편견이 심해지는 경향을 노린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더욱이 실제보다 검게 나온 오바마의 사진은 이를 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피부를 어둡게 조작한 사진과 밝은 사진을 각기 다른 집단에 보여주고 낱말 빈칸을 채우도록 했다.
알파벳 'CR'로 시작하는 철자 5개짜리 단어의 나머지 세 칸을 채우게 하는 식인데 흑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람은 '범죄'(CRIME)같은 단어를 연상하리라는 추론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 결과 밝은 피부의 오바마 사진을 본 사람 중에선 33% 만이 '범죄' 등 흑인에 대한 편견을 반영한 단어를 만들었다.
어두운 피부의 사진을 본 사람들을 상대로 했을 땐 이 비율이 45%로 상승했다.
WP는 공화당이 인종적 편견과 위계를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이를 지지한다고 암시함으로써 표를 얻으려 한다는 비판의 논지를 강화하는 연구 결과라고 해석했다.
공화당이 '개-호루라기 정치'를 한다는 것인데, 인간보다 청력이 뛰어난 개만이 개호루라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처럼 편견을 가진 유권자만이 정치인의 언사에 담긴 인종차별적 함의를 포착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를 검게 만드는 것이 의도적인 전략이었는지에 대해 매케인 측은 답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이 연구는 '피부 속의 편견'이라는 제목으로 계간지 '퍼블릭 오피니언'에 실렸다.
jk@yna.co.kr
- ☞ "경찰출신 착실한 스포츠매장 점주"…알고보니 결혼사기범
- ☞ 미성년자 출연시켜 변태 성행위시킨 BJ 2명 검거
- ☞ 친권상실 아빠들의 만행…성학대에 소주병 폭행까지
- ☞ '부모도 집도 가짜'…北 체제 '민낯' 드러낸 러시아 다큐
- ☞ 부부싸움 중 아내 목 조르다 놀라 스스로 112 신고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사랑해요" 사고 전날이 마지막…헬기 순직 조종사 아내 오열 | 연합뉴스
- 미얀마서 규모 7.7 강진…건물 다수 붕괴·대규모 사상자 발생(종합2보) | 연합뉴스
- "기부 안하나요"·DM 발송도…유명인에 산불 피해지원 강요 논란 | 연합뉴스
- 아시아나 필리핀발 인천행, 기장이 여권 잃어버려 15시간 지연 | 연합뉴스
- 억만장자 베이조스 재혼에 설레는 베네치아…"수백만 유로 특수" | 연합뉴스
- [샷!] "고향이 불탔다"…5천여명 이틀만 5억원 모금 | 연합뉴스
- 백종원, 주주에게 첫 사과 "뼈저리게 반성…회사 원점 재점검"(종합) | 연합뉴스
- '돌아가는 삼각지' 만든 원로 작곡가 배상태 별세 | 연합뉴스
- 명일동 싱크홀 지역 "침하량 크다"…서울시 용역보고서 있었다 | 연합뉴스
- 도로 중앙 걷던 30대 여성, 트럭에 치여 숨져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