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난민 구명조끼, 가방·우비로 재탄생하나

강지혜 2015. 12. 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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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보스=AP/뉴시스】27일 시리아 난민들이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했다. 올해 26만 명 이상의 망명신청자들이 그리스에 도착했다. 2015.09.27
【레스보스=AP/뉴시스】22일(현지시간) 난민들이 터키에서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해안에 도착하고 있다. 올해 그리스에는 26만명 이상의 망명 신청자들이 도착했다. 2015.09.23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유럽으로 몰려 들어온 난민들의 구명 조끼와 고무 보트가 가방과 우비 등으로 다시 태어날 전망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8일(현지시각) 구명 조끼와 고무 보트를 '업사이클(Up-cycle)' 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소개했다. 업사이클은 재활용품에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분쟁 지역에서 탈출한 난민들이 버린 구명 조끼와 고무 보트가 레스보스섬 해안가에 산더미처럼 쌓여 섬은 물론 인근 바다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해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 66만여 명 중 절반 가량이 레스보스섬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만 3000명이 넘는 난민들이 이 섬에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안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나섰다. 구명 조끼와 고무 보트를 수거해 가방이나 난민을 위한 임시 거처 등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까지 그리스와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1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 지난주 첫 프로젝트를 본격 시작한 이들은 레스보스섬 해안가에 쌓인 쓰레기들을 모으는 일부터 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를 낸 그리스 자원봉사자 자이 멕시스는 "구명 조끼와 고무 보트로 가방과 우산, 달력과 같은 새로운 물건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판매해 벌어들인 수익금은 난민을 돕고 그리스 실업자들을 지원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레스보스섬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멕시스는 난민들이 천장이 없는 임시 거처에서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동시에 해안가에 굴러다니는 수십개의 고무보트도 발견했다. 맥시스와 다른 자원봉사자들이 버려진 플라스틱과 고무를 재가공해 임시 거처 지붕을 만들었을 때, 이들은 해안가를 오염시키는 구명 조끼와 고무 보트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원봉사자들은 구명 조끼와 고무 보트를 모은 뒤 재료에 따라 분류하고 업사이클 제품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스피로스 갈리노스 레스보스섬 시장도 멕시스와 자원봉사자들을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했다.

이들은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지만, 일단 업사이클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하면 자급자족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스는 "레스보스섬에 도착한 난민들은 입고 있던 옷과 구명 조끼 등을 해안가에 방치했다. 해안가가 온통 주황색과 검정색으로 뒤덮일 정도였다"며 "난민 사태는 환경 문제인 동시에 인류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구명 조끼 2개를 이용해 1개의 가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갈리노스 시장도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고, 트럭을 제공해주거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등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레스보스섬에는 유럽 난민 사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직업을 포기하고 온 사람들도 있다. 아테네에서 온 엘리자베스 디미트라스는 지난 10월부터 레스보스섬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는 현재 업사이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몇몇 자원봉사자들은 휴가 기간을 이용해 레스보스섬에서 일하기도 한다.

jh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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