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로 호재 맞은 프랑스 극우 국민전선..지지율 상승 업고 선거 승리 노려

조효석 기자 2015. 12. 2.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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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국민전선(FN)의 약진을 보도한 영국 일간 가디언. (출처: 가디언 캡쳐)

파리 테러가 일어난 며칠 뒤 프랑스 북부 도시 릴.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흔드는 깃발 위로 금발의 여성 정치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러에 대해 “엄청난 슬픔”이라며 애도를 표한 여성 정치인은 곧이어 격양된 목소리로 분노를 쏟아냈다.

“130명이 죽어간 파리 테러는 정부의 무대책과 거짓말,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이민 정책의 결과입니다!”

‘올랑드 퇴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천천히 손을 흔드는 그녀의 표정은 연설 내내 분노를 쏟아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밝았다. 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대표, 마린 르펜(47)이다.

FN은 지난달 파리 테러 뒤 높아진 반이슬람 정서에 힘입어 오는 6일과 13일 나뉘어 열릴 지방선거에서 약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를 비롯해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유럽 언론은 연일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하며 경계하는 태세다.

파리 테러 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TNS-소프레원포인트폴에 의뢰해 발표한 이달 지지율 설문조사에서 지난달까지 20% 정도에서 지지부진하던 올랑드의 지지율은 15% 포인트 상승해 35%에 이르렀다. 언뜻 낮은 수치로 보이나 이는 3년 전인 2012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올랑드 정부의 파리 테러 이후 조치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50%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치는 올랑드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사회당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가 위기 상황에 국가 지도자 및 내각에 나타나는 일시적 지지율 상승효과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인터넷매체 프랑스24는 실제 지난 1월 샤를리 엡도 테러 당시에도 지지율이 ‘반짝’ 상승했으나 금방 가라앉았다며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은 파리 테러로 인해 더욱 결집할 게 확실시된다. 설문업체 이포소스가 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6일 선거에서 FN은 약 30%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됐다. 집권 사회당은 물론 중도 보수 정당인 공화당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달 29일 다른 조사업체 BVA가 발표한 설문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이 설문에서 FN은 남서부 마르세유 인근의 알프스 코트다주르 지역과 북부 릴 인근의 노르파데칼레 피카르디 지역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부르건디-프랑세콤테 지역에서도 승리 가능성이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FN은 프랑스 전역 12개주에서 모두 지지율이 상승했다.

아버지 장 마리 르펜 전 대표(87)에게서 2011년에 당권을 이어받은 르펜 대표는 아버지가 고수하던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노선에 거리를 두면서 보다 대중친화적 정당으로 변신을 시도해왔지만, 이 와중에도 ‘반이슬람 이민자’ 노선만은 놓지 않은 채 꾸준히 내세워왔다. 지난 2010년 당 대표 선거 유세에서는 “길거리에서 기도를 하는 이슬람 신도들은 (2차대전 당시의 나치처럼) 리옹을 점령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발언해 재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파리 테러 이후 그간 내세워온 국경통제, 경찰 중무장, 프랑스 태생의 이중국적자 테러리스트들의 국적 박탈 등의 요구 사안들이 이번 테러 이후 조성된 여론과 맞아 떨어지면서 기세등등한 모양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체비포프-과학설문소 소속 정치평론가 세우르파 마다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공공기관과 언론사 등 사회를 대표하는 시설을 공격했던 샤를리 엡도 테러 등과 달리 이번 테러 사태에서는 일반 시민들에게 공격이 가해졌다”면서 “FN으로서는 ‘거봐라 우리가 뭐랬느냐, 그동안 아무도 듣지 않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옳은 소리를 해왔다. 그러니 표를 달라’하고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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