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美 드론 조종사 폭로 "무분별한 드론 공격이 분노와 증오 유발"

강덕우 2015. 11. 2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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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직 미국 군인들이 무인기(드론)프로그램이 수많은 민간일을 살상해 이슬람 국가(IS)와 테러공격을 부추켰다고 중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드론프로그램에 참여한 조종사들의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 출처 = 트위터 @DroneDoc)

1명의 조종사가 5년간 1629명 사살…"개미집을 짓밟아 봤나요?"
수천 킬로미터 밖에서 추적·파괴…'확실치 않아도 버튼 하나면 임무완료'

【서울=뉴시스】강덕우 기자 = 미군의 무인기(드론) 프로그램이 수많은 민간인을 살상해 분노와 증오를 유발해 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와 테러공격을 부추겼다고 퇴역 미군들이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각) AFP에 따르면 드론 프로그램에 참여한 4명의 조종사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앞으로 보낸 공개서한을 통해 자신들이 드론을 이용해 수많은 민간인을 죽였다고 고백했다.

그들은 공개 서한에서 "우리가 결백한 민간인들을 학살한 게 테러범들과 IS의 분노와 증오심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드론 프로그램은 테러공격과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파괴적인 원동력"이라고 주장했다.

브랜던 브라이언트와 시안 웨스트모어랜드, 스티븐 루이스, 마이클 하스 등 드론 조작자의 임무는 간단했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인근에 있는 기밀 작전실에 앉아 수천km 밖에 있는 드론의 고화질 카메라를 통해 수신되는 영상 정보를 보며 반란군으로 추정되는 요소를 추적해 파괴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4명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드론 조작 경험이 늘어날수록 무감각해져 때로는 목표물이 적대적인지 확실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폭격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들만의 용어도 생겼다. 반란군이 숨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족마을을 파괴하는 임무를 '잡초를 뽑는 것'으로 지칭했다. 심지어 모니터에는 작은 그림자로 보이는 어린아이들은 '재밌는 크기(Fun-Sized) 테러범'이라고 불렀다. '펀 사이즈드'란 미국에서 소형 사이즈 상품을 가르킬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브라이언트는 "낙타를 타고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이동하던 5명의 남성을 (화면에서)발견했을 때 그들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 확실하지 않았지만, 잠이 들 때까지 기다린 뒤에 드론 폭격으로 목숨을 빼앗았다"며 "그것은 비겁한 살인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트는 미군을 떠날 때 정부로부터 종이쪽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 종이에는 1629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는데, 이 숫자는 그가 프레데터 드론을 5년간 조종하는 동안 살해한 사람의 숫자였다.

하스도 은퇴할 때 종이쪽지가 담긴 봉투를 받았지만, 도저히 열어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드론으로 목표물을 살상하는 행위를 개미밟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훈련 받았다"라며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기 위해 목표물을 악당이라고 생각하며 매일같이 나 자신을 세뇌해야만 했다"고 씁쓸히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온라인 폭로매체 '더 인터셉트'는 '드론 보고서(The Drone Report)'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인기 공격으로 희생된 사망자 중 약90%가 당초 (미군이)목표로 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고 폭로해 파장을 일으킨 바있다.

badcom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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