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자 "추락 여객기, 9000m 상공서 공중분해"

송민섭 2015. 11. 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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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당국자가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추락한 에어버스(A321) 여객기는 사고 직전 9000m 고도에서 공중분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전날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한 러시아 코갈림아비아항공사 소속 여객기 추락 원인이 기내 폭발 때문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같은 폭발이 엔진폐쇄나 기내 화재 등 기체 결함인지,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세력의 폭탄 설치 때문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집트 현장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네라드코 러시아 항공청장은 “사고기 잔해가 넓은 지역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볼 때 항공기는 높은 고도에서 부서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빅토르 소첸코 러시아 정부간항공위원회 위원장도 “분해는 공중에서 발생했으며 잔해는 20㎢가량에 흩어졌다”며 “하지만 (사고원인에 대한) 결론을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여객기가 공중분해됐다는 것은 IS가 주장하는 미사일 공격이나 기내 폭탄 폭발과 같은 테러로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상업 웹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사고기는 지난달 31일 오전 5시51분 샤름엘셰이크 공항을 이륙해 3만3000피트(약 1만58m)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갑자기 분당 1800m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이륙 후 불과 23분 만에 관제탑 레이더에서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기체결함 가능성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고기 부조종사인 세르게이 트루카체바의 아내는 러시아 국영 NTV에 출연해 “남편이 비행 직전 여객기의 기술적 상태가 기대 수준에 못미친다고 불평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NYT는 “코갈림아비아항공의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36분의 1 수준인 240만루블(약 4300만원)에 그쳤고, 부채 규모는 10억루블(약 176억원)에 달했다”며 조종사나 항공사 안전불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희생자 시신 163구를 인계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시신 중 일부는 이날 중으로 종착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으로 운구돼 유족들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앞서 러 당국은 탑승자 가족들로부터 유전자(DNA) 샘플을 수거해 신원확인 작업을 벌였다.

1일 하루 동안 ‘애도의 날’이 선포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오열하고 있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 차원에서 아내와 함께 공항에 나왔다는 드미트리 코마로프는 NYT에 “이번 사고는 (유족 뿐만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인 모두의 비극”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그간 입장을 바꿔 시리아 공습 등 군사개입에 나섰을 때부터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일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불과 한 달 전 다른 항공사를 통해 시나이반도 샤름엘세이크에 휴가를 다녀왔다는 세르게이 쿠바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에 폭탄을 터뜨릴 때부터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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