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실수'로 베를린 장벽 무너뜨린 샤보브스키 타계

윤현 2015. 11. 2.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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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의 입' 귄터 샤보브스키, 기자회견 말실수로 통일 '촉발'

[오마이뉴스 윤현 기자]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선전담당 비서 권터 샤보브스키의 타계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전 세계가 지켜보는 기자회견에서 결정적인 말실수로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귄터 샤보브스키가 타계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선전담당 비서였던 샤보브스키가 독일 베를린의 요양원에서 8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부인 이리나 샤보브스키가 발표했다.

기자 출신으로서 동독 정부의 '입' 역할을 하던 샤보브스키는 지난 1989년 11월 9일 사회주의통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출국 비자가 누구에게나 발급될 것이라는 내각의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회견 도중 이탈리아 <안사통신> 동독 특파원이 "언제부터 발급되느냐"라고 물었고, 갑자기 답변이 생각나지 않아 당황한 샤보브스키는 자료를 뒤적이다가 즉흥적으로 "내가 알기로는, 지금부터"라고 답했다.

그러나 전 세계 언론이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라고 긴급 속보를 타전했다. 이를 본 수천 명의 동베를린 시민들이 서베를린으로 가기 위해 한꺼번에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갔고, 우왕좌왕하던 동독 경비병들은 할 수 없이 검문소 문을 열어주고 말았다.

원래 출국비자 발급은 이튿날부터 발효될 예정이었고, 이를 받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했으나 샤보브스키의 의도치 않은 말실수가 독일 역사를 뒤바꾼 것이다.

이후 서독으로 넘어가는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동독 정권은 빠르게 무너졌고, 결국 이듬해 10월 3일 독일이 통일되면서 28년간 국가를 반으로 가르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당시 언론들은 샤보브스키의 말실수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수"라고 부르며 "유혈 충돌 없이 독일을 통일시켰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작 샤보브스키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통일 이후 샤보브스키는 과거 베를린 장벽을 넘으려는 동독인 다수를 살해한 정치 혐의로 1999년 12월부터 10개월간 투옥됐다가 사면받았고, 자신의 실수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 때문에 좀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여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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