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정치는 인간 섬겨야..경제·금융의 노예 될 수 없어"

입력 2015. 9. 25. 18:50 수정 2015. 9. 2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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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강조

"난민 숫자에 놀라기보다

최대한 그들 상황에 대처해야" 촉구도

300여 노숙자·빈자들 만나서는"하느님 아들도 노숙자로 세상에 오셔집 주어지지 않는 것 정당화 안돼"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3일째인 24일(현지시각) 점심 직전, 워싱턴 의회 근처 성패트릭 성당에서 노숙자들과 빈자들을 만나 위로했다. 미국 방문 기간 동안 성대한 만찬이나 오찬도 물리친 교황이, 낮은 곳을 찾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나눔과 연대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 이날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정치, 이민자, 난민, 기후변화 등 거의 모든 현안에 대해 소신을 강하게 밝혔다.

교황은 이날 300여명의 노숙자 등을 만난 자리에서 예수가 말구유에서 탄생한 사실을 거론하며 "하느님의 아들도 세상에 노숙자로 오셨다"고 위로했다. 교황은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를 출산하려 할 때 쉴 곳도, 집도, 머물 곳도 없었던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며 "집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부정의한 상황들이 있지만 신이 우리와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신이 우리의 편에서 함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예수는 모든 사람과 연대를 보여주기를 원했다. 예수는 고통받고 눈물 흘리며 부정의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과 자신을 동일시했다"는 말로 연대의 정신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을 스페인어로 했으며, 이어 성당 바로 옆에 차려진 자원봉사자들의 노숙자 점심 제공 장소를 찾기도 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 인류가 안고 있는 여러 위험들에 대해 전례없이 직접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경고했다.

우선, 교황은 '정치'를 첫 화두로 꺼냈다. 그는 "모든 정치는 인류의 공동선을 증진하고 여기에 봉사해야 하며 개인의 존엄에 대한 존경을 기초로 해야 한다"며 "모든 정치 활동이 진정으로 인간을 섬겨야 하는 것이라면 정치는 경제나 금융의 노예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미국 사회가 이민자들에게 폭넓은 관용을 베풀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 땅의 사람들은 이방인(외국인)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한때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라며 미국 개척의 역사를 언급한 뒤 "낯선 누군가가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할 때 과거의 죄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시리아 난민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난민의 숫자에 놀라기보다는 그들을 사람으로 여기고, 그들의 얼굴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황은 이어 "가난의 굴레에 갇힌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힌 뒤, 특히 "가장 취약한 가족들과 젊은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싶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방향을 잃고 목적없이 희망없는 폭력의 미로에 갖혀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그들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우리는 그들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문제에 대처하고, 그들과 얘기하며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인간의 활동으로 야기된 환경파괴의 가장 심각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인류가 노력해야 한다"며 "'배려하는 문화'와 함께 빈곤을 퇴치하는 일, 배제된 이들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일, 그리고 동시에 자연을 보호하는 일을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종교나 이데올로기적 극단주의를 경계할 것을 주문했으며, 사형제 폐지도 강하게 지지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뉴욕으로 이동했으며, 25일 오전 유엔총회에서 난민 문제 등에 대해 연설을 했다. 26일엔 필라델피아 성 베드로와 바오로 대성당 미사를 집전하며, 27일엔 15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천주교가족대회 거리행진에 참석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간다.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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