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죽이려 권투장갑 낀 격" 프랑스 정보원 30년만에 사과
1985년 핵실험 반대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폭탄 설치해 침몰시켜
"명령 따랐으나 줄곧 양심에 가책 느꼈다…깊이 뉘우쳐"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1985년 프랑스 핵실험에 반대해 시위항해에 나서는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소속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침몰시킨 프랑스 정보기관원이 30년 만에 사과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폭탄을 설치한 장 뤽 키스테르 대령은 6일(현지시간) 프랑스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메디아파르와 인터뷰에서 "내 손에 무고한 사람이 숨졌다"면서 "깊이 뉘우친다"고 사과했다.
키스테르 대령은 당시 샤를 에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이 지시한 이 작전에 대해 "모기를 죽이려고 권투 장갑을 사용하는 것과 같았다"면서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균형이 맞지 않은 작전이었지만 군인이기 때문에 명령을 따라야 했다"면서 "그 사건 이후 줄곧 양심에 가책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숨진 포르투갈 사진기자의 가족과 그린피스, 뉴질랜드 국민에게 내가 한 일을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키스테르 대령은 프랑스 국외정보기관인 대외안보총국(DGSE) 소속 잠수부로 레인보우 워리어호에 폭탄을 설치했다.
레인보우 워리어호는 프랑스 핵실험에 반대하기 위해 1985년 7월 10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무루로아 환초에 위치한 프랑스 핵실험장으로 항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배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침몰했으며 당시 배에 있던 포르투갈 사진기자 한 명이 사망했다.
키스테르는 "기관실에 아무도 없을 시간인 자정에 작전을 진행했다"면서 "우리는 냉혈 살인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작전에 참가한 12명의 기관원 가운데 2명은 사건 이틀 후 뉴질랜드 당국에 체포됐다.
이들은 살인죄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풀려났다.
프랑스 정부는 뉴질랜드가 기관원들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으면 뉴질랜드 상품의 유럽 시장 접근을 막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작전을 지시한 에르뉘 프랑스 국방장관은 애초 정부가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일간지 르몽드가 프랑스 잠수부대원들이 사건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밝혀내자 결국 여론에 밀려 사임했다.
프랑스는 이후 공식적으로 이 사건을 사과하고 배상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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