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영국군 유가족 "진상 빨리 안 밝히면 소송"
英 정부 이라크전 진상보고서 발표 6년 끌자 행동 나서
(서울=연합뉴스) 홍성완 기자 = "이라크 전쟁의 진실 규명을 서둘러라. 그렇지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진상보고서가 6년이 지나도록 발표되지 않자 전사자 유가족들이 마침내 행동에 나섰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전날 영국의 이라크전 가담 경위 등을 2009년부터 조사해온 존 칠콧(76) 경에게 서한을 보내 조사보고서를 연말까지 발표하되 일자를 2주일 내에 확정하지 않으면 제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유가족들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왜 그들의 아들 딸들을 이라크 전쟁터로 몰아넣었는지 진실이 밝혀지기를 갈망하고 있으나 조사작업을 이끌어온 고위관료 출신 칠콧 경은 보고서 발표 일정을 정하는 것 조차 거부해왔다.
블레어 전 총리 등 주요 조사대상 인물들에게 조사 결과에 대한 해명 기회를 부여하면서 조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메일은 이라크전 진실을 규명하려는 유가족들의 노력이 성공하면 영국 정부가 진상조사위원회에 제출을 거부해온 극도로 민감한 내용이 담긴 문건들이 공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족들의 제소 움직임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칠콧 경에게 조사작업을 빨리 매듭지으라고 촉구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10년전 이라크 바스라에서 폭탄 폭발로 숨진 매튜 베이컨 소령의 부친 로저 베이컨은 "우리는 아들 딸 형제자매를 잃었다. 그들이 왜 죽었는지 대답을 얻지 못한다면 진상조사는 시간낭비에 불과하다"며 "6년이 걸린 조사작업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역시 이라크전에서 아들을 잃은 레그 키즈도 "우리는 블레어 전 총리가 왜 유엔과 유럽의 다른 동맹국들이 반대하는 이라크전에 참전키로 했는지 알기를 원한다. 오늘날 이라크가 과거보다 더 나빠지고 테러의 온상이 됐는데 내 아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블레어 전 총리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간의 대화와 통신 내용의 공개를 놓고 조사위원회와 제러미 헤이우드 영국 행정장관이 대립하고 있는 것도 조사보고서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유가족 변호인들은 칠콧 경이 보고서 공개일자를 확정하지 않는 것은 조사위원회의 자체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블레어 전 총리는 자신이 이라크전 진상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 한사람이라는 보도를 부인했다.
6년이 걸린 조사활동에 소요된 비용만 1천만 파운드(약 183억원)에 달하며 2003년 발발한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영국군은 179명이라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jami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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