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철조망을 넘는 이유.. 유로터널 계속되는 '난민 사태'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인 유로터널이 난민들의 집결지가 돼버렸다. 프랑스에서 ‘좀 더 돈을 벌 수 있는’ 영국으로 넘어가려는 난민들이 유로터널 입구인 칼레에 28~29일 이틀 간 3000명 이상 몰려들면서 터널이 막히고, 2명이 숨지는 일까지 생겼다. 프랑스 정부는 30일 폭동진압경찰을 배치하며 치안 경계를 강화했으나 칼레는 여전히 아수라장이라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이민자들이 프랑스 칼레의 유로터널 터미널에 들어가기 위해 철조망을 넘고 있다. 칼레/EPA |
앞서 28일부터 유로터널 프랑스측 입구에는 영국으로 건너가려는 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엄청난 혼란이 벌어졌다. 이들은 칼레 항구의 터미널에 몰려들어 페리에 실려 해협을 건너는 트럭에 몰래 타려고 시도했다. 난민 수가 2000명이 넘었고, 200명 넘게 일시 체포됐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1500여명이 또다시 몰려들어 유로터널에 들어가려 하다가 쫓겨났다. 이 와중에 난민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단인 한 명은 트럭에 치여 숨졌고, 이집트인 1명은 파리 북역에서 영국행 고속철도인 유로스타에 몰래 타려다 감전사했다.
아프리카·중동 등지에서 온 난민들 중 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넘어가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칼레는 난민촌이 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29일까지 유로터널을 이용해 영국으로 가려다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사람은 이로써 10명이 됐다. 1994년 개통된 유로터널은 칼레와 영국 포크스톤을 이으며, 길이는 50km다. 화물차와 승용차 등 자동차들이 지나는 터널이 있으며, 고속열차인 ‘유로스타’도 이 터널을 지나다닌다. 당초 영-프 양국을 오가는 직장인들을 위한 통근용 해저터널로 만들어졌으나 이제는 난민들이 몰려드는 ‘병목’이 돼버렸다.
영국은 이민자들이 몰리자 이미 470만파운드(약 85억원)를 들여 포크스톤의 유로터널 터미널 주변에 장벽을 쌓았다. 유로터널 운영사는 올들어서만 터널을 통해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던 난민 3만7000여명을 막았다고 밝혔다. 운영사 측은 혼란을 막기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며 영·프 정부에 970만파운드(약 176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프랑스 측 경비가 느슨하다고 주장하며, 프랑스 정부는 운영사가 경비인력을 감축한 것이 문제라고 비난하고 있다.
난민들이 영국으로 가려는 이유는 먹고 살 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수단 등에서 온 난민들과 이주민들은 프랑스어보다는 영어를 더 익숙하게 여긴다.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중동 난민들의 이동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시리아 등 중동에서 내전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은 터키를 거쳐 동유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후 이들 중 상당수는 독일 등지로 다시 이동한다. 두번째 경로는 지중해 루트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불법이주선에 실려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넘어온 난민들은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거쳐 프랑스 쪽으로 ‘북상’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칼레를 거쳐 영국으로 다시 이동을 한다.
<구정은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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