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는 빙산의 일각..빚더미에 신음하는 지구

2015. 7. 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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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1년 이후 세계 부채 증가세

22개국 부채 위기·14개국 위험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들 심각

싼값에 돈 빌려주는 행태가 화근

'신들의 나라'가 진 빚은 은행의 문을 닫았고, 혜성처럼 떠올랐던 젊은 좌파 총리의 날개를 꺾었다. 그리스 시민들은 가혹했던 5년간의 긴축에 반기를 들었지만, 더 무거운 빚의 족쇄를 차게 됐다. 부채 위기에 허덕이는 비극적 이야기는 그리스가 끝이 아니다. 세계 20개국 이상이 현재 국가 부채 위기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 있는 세계 부채탕감 운동 조직인 '주빌리 부채 캠페인'(이하 주빌리)이 이달 낸 보고서를 보면, 현재 22개국이 부채 위기에 빠진 상태이고, 14개국은 빠르게 부채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단과 짐바브웨는 이미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줄어들었던 국제 부채가 2011년부터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빌리는 세계 각국의 공공과 민간 부문이 진 순부채를 합하면 2011년 11조3000억달러(약 1경2921조원)에서 2014년 13조8000억달러로 늘었으며, 올해 다시 14조7000억달러로 뛸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지난 2월 컨설팅회사 매킨지는 세계 47개국의 부채를 분석한 결과, 7년 새 이들 나라의 부채가 57조달러 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이 17%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주빌리는 특히 2012년 이후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저소득 국가들의 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점에 주목했다. 세계은행 등의 통계를 종합한 결과, 2011년까지 100억달러를 밑돌던 이들 나라에 대한 대출은 2013년 16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아프리카 부채개발포럼네트워크의 책임이사 팬웰 보코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부채 증가율은 우려스러울 정도"라고 경고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늘어나는 부채는 이 나라들이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두고 영국 싱크탱크인 해외개발연구소(ODI)의 주디스 타이슨은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들이 '빚의 역풍'을 맞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초저금리 상태인 서구 시장의 '큰손'들이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선진국 자본이 저개발국 등 각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고 자국 시장에서보다 높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들의 부채 문제는 10년 전 한차례 집중 조명을 받았다. 폴 매카트니와 유투(U2), 마돈나와 엘턴 존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가난을 과거로 만들자"며 자선 콘서트를 열었고, 곧이어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주요 8개국 정상회의(G8)에서는 세계 최빈국 부채 탕감을 비롯한 경제개발 지원 약속이 나왔다. 이후 36개국이 모두 1160억달러어치의 부채를 탕감받았다. 하지만 옥스팜은 약속됐던 500억달러의 지원금 가운데 약 200억달러만 집행됐다고 밝혔다.

타이슨은 "부채 탕감이 그들에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로 진행됐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 나라들의 부채가 다시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1990년대 심각한 부채 위기를 겪은 모잠비크의 경우, 2000년대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약 630억달러의 부채 탕감을 받은 뒤 2007년에는 부채 상환금액의 비율이 정부 예산의 1%까지 떨어졌다. 경제도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세계은행과 선진국 정부의 투자를 받아 추진된 알루미늄 제련소 건설 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모잠비크 정부가 제련소에서 1달러를 수익으로 챙길 때 투자자들은 21달러를 챙겨갔다. 제련소에서 올린 연 120억달러의 수익 가운데 8000만달러(약 7%)만 모잠비크 경제로 돌아갔지만, 전체 수익이 통째로 '경제 성장'으로 포장됐다는 것이다. 다른 대출금도 생산적 투자에 쓰인 게 아니라 기후변화 프로젝트 등에 투여됐다. 모잠비크 정부의 2013년 외채는 5년 전에 견줘 20%나 늘었고, 올해 외채 상환율은 정부 예산의 8%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예측하고 있다.

주빌리는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와 외국 정부들이 저소득 국가들에 대한 지원 명목으로 싼값에 돈을 빌려주는 형태의 '원조'가 저소득 국가들에 '빚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 나라는 대체로 5년 만기 고정 저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출을 연장하거나 추가 대출을 할 때의 이자는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국에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빼, 이들 나라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빌리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위기 국가와 고위험군을 빼고도 57개 나라가 국가부채 위험 또는 민간부채 위험 상태에 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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