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난민들을 풀어버리겠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5. 7. 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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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난민들을 풀어버리겠다.' 지난 3월 파노스 카메노스 그리스 국방장관(사진)이 유럽연합(EU)을 향해 던진 '협박'이다. 유럽의 주류 세력(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독일 정부 등)이 계속 긴축을 강요한다면, 그리스로 유입되는 난민을 유럽 전역으로 내보내겠다는 뜻이다. 그는 '만약 유럽연합이 그리스에 타격을 준다면, 이주민들이 베를린으로 가는 여행 허가 서류를 내주겠다'라고 말해 독일인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예민하고 위협적인 문제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무차별 유입되는 난민이다. 올해 10만3000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왔다. 이탈리아 5만4000명, 그리스 4만8000명, 스페인 920명이 몰렸다. 세 나라는 위치상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난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나라들이다.

유럽 대다수 국가가 난민 문제에 골머리를 앓게 되면서 더블린 조약을 적극 시행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는 자신이 현재 어디에 거주하고 있는지 상관없이 처음 들어온 유럽연합 회원국에 머물면서 난민 심사를 받아야 한다. 결국 서유럽과 북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난민들을 유럽 외곽 국가로 강제 이송하겠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리스 등 유럽 외곽의 국가들은 이미 다른 나라들보다 과도한 부담을 안고 있다. 처음 입국한 나라에서 난민에게 거주할 환경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장벽까지 세우면서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나 그리스 같은 해양국가는 지중해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그리스 등은 난민 신청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난민의 지문을 채취하지 않거나 북유럽 이주를 눈감아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유럽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 현재 독일은 20만2815명, 스웨덴은 8만1325명, 프랑스는 6만4310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상당수 난민이 처음으로 들어가는 이탈리아의 난민 수용자는 6만4625명이다.

이처럼 특정 국가들에 난민이 몰리다 보니 최근에는 '난민 할당제'를 실시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나라마다 일정 수의 난민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취지지만 결론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6월16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유럽연합 28개국 내무장관 회의에서 '난민 할당제'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영국·아일랜드·덴마크 등 다수의 유럽 국가는 난민을 강제 할당하는 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심지어 유럽 국가의 정부가 난민들이 도망쳐 나온 나라의 독재정권과 협상하는 경우도 있다. 예란 셀뮈르 노르웨이 법무차관은 인권유린이 심각하다고 알려진 아프리카 에리트레아를 방문해 이사이아스 아프웨르키 대통령과 난민 송환에 대한 비밀협상을 벌였다. 우파 정권인 노르웨이 정부는 이 협상을 성사시켜 2000여 명에 달하는 에리트레아 난민 상당수를 올해 말까지 모두 돌려보내기로 했다. 셀뮈르 법무차관은 아프웨르키 대통령에게 에리트레아 국경 봉쇄를 강화하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과 경제제재 완화를 약속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정부 인사들도 최근 에리트레아를 방문해 비밀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은 군사작전까지 결의했지만 국제연합의 반대로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대부분 비극으로 끝나는 난민들의 여정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webmaste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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