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영화보다 더 치밀한 탈옥, 그러나 결말은..

박에스더 2015. 6. 1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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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진 지 170년, 위험한 죄수들을 전문적으로 수감하는, 최고 수준의 경비가 이뤄지는 뉴욕주 최대 교도소에서, 살인, 납치 등의 혐의로 각각 25년형,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두 죄수가, 신출귀몰한 방식으로 탈옥했다. 정말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

■ 영화 '쇼생크탈출' 연상 시키는 비범한 탈옥

지난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깊은 밤을 탈출시간으로 택했다. 두 시간마다 이뤄지는 점검을 피하기 위해 침대에는 옷가지를 돌돌 말아 사람이 자고 있는 것처럼 꾸몄다. 기타케이스 안에 탈옥에 필요한 도구들을 넣은 뒤 이들은 탈출을 시작했다.

좁은 감방의 뒤쪽, 두 개의 감방이 맞닿아 있고 침대 끝으로 가려지는 부분에 벽을 뚫어뒀다. 벽 아래로 6층 높이의 좁은 통로를 기어내려간 뒤 마치 미로처럼 벽과 환기구, 하수구가 얽혀있는 지하를 통과해, 교도소 반대편 쪽 도로의 맨홀 뚜껑을 열고 탈출했다.

영화 '쇼생크탈출'을 연상시킨다. 주인공 앤디는 포스터로 가려진 벽에 구멍을 뚫는다. 특별한 장비 같은 건 없었다. 그냥 감방생활에 허용되는 사소한 물건들로 도구를 만들어 벽을 뚫었다. 앤디는 수감된 지 20년만에 탈출했다. 최소한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탈옥을 준비했던 것이다. 앤디는 무섭게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오는 날을 택했다. 벽에 뚫은 구멍을 통해 하수관이 있는 곳으로 내려가, 밖에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천둥 소리가 칠 때에 맞춰 하수관을 돌로 내려쳐 하수관에 구멍을 내고, 역한 하숫물이 흐르는 관을 따라 무려 450미터를 기어서 하수관 끝까지 간다. 그리고선 하수가 흐르는 개천으로 탈출한 것이다.

뉴욕교도소의 두 탈옥수들은, 영화 속 앤디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어찌 보면 전문적이기까지 한 방식으로 탈옥했다. 과연 어떻게 그런 탈옥이 가능했을지,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그들의 탈옥 경로를 직접 살펴본 뒤 "따라하기조차 불가능해보이는 비범한 탈옥"이라고 칭송(?)했을 정도다.

48살 매트와 35살 스웨트는 바로 옆방에 수감돼있었다. 그들은 앤디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두 방이 접한 벽 쪽으로 구멍을 뚫은 것으로 추정된다. 적절한 도구가 사용됐을 것이다. 6층 아래로 내려가면 지하가 나온다. 전동톱으로 1cm의 강철벽을 사람이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절단했다. 이처럼 전동공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동식 전력공급장치도 필요했을 것이다. 마치 미로와 같이 복잡하게 연결된 환기구도 통과했다. 교도소의 여러 곳으로 뻗어나가는 터널이 연결된 약 지름 60cm의 둥그런 중앙 난방파이프에 이르러서는, 뜨거운 물이 흐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뒤 파이프의 한쪽에 구멍을 내고 들어가, 다시 파이프 안쪽에서 반대방향으로 구멍을 내 맨홀까지 연결되는 길을 찾아냈다. 마치 교도소 지하구조를 훤히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탈옥하던 길목에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적은 쪽지를 남길 정도로 이들은 자신들의 탈옥 성공에 확신이 있었다.

뉴욕주 당국은, 과연 매트와 스웨트가 어떻게 전동공구를 구했는지, 복잡한 교도소 지하구조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즉 누가 도와준 것은 아닌지, 왜 그들이 벽을 뚫고 특히 전동톱으로 강철파이프 등을 절단하는 소리를 아무도 듣지 못했는지, 수감자들이 일부러 모른 척한 것은 아닌지, 탈옥과정이 의문투성이라고 말하고 있다.

■ 악명 높은 흉악범이 수용된 교도소에도 허점은 있었다

1845년에 문을 연 뉴욕주 클린턴 교도소는, 중범죄자들이 수용되는, 최고 수준의 감시가 상시 가동되는 교도소다. 현재도 조엘 리프킨 같은 연쇄살인범, 도끼로 부모를 살해한 크리스토퍼 포르코 같은 존속살인범 등 3000여명의 흉악범이 수용돼있다.

1997년 상사를 때려서 살해한 죄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48살 매트, 2002년 경찰관을 살해한 죄로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34살 스웨트는, 그런데 교도소에서 모범적 생활을 했다. 그래서 교도소 내 특별구역의 양복점에 배정됐다. 특별구역에서는 바깥사람들과 자주 접촉하게 되고, 죄수복 대신 일반복을 입을 수도 있다. 과거에 이미 한번 탈옥했다 잡혔던 전력이 있는 매트를 왜 특별구역에 배정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경찰은 현재, 이 양복점의 지도관이었던 교도소 여성 직원을 조사하고 있다. 이 여성의 휴대폰이 탈주범들의 것들과 연결돼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이 이 두 죄수의 탈옥에 결정적 도움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여성은 48살의 탈주범 매트와 사적인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동공구들을 구할 수 있는 또다른 경로도 있다. 뉴욕주 내 최대이자, 3번째로 오래된 이 교도소에서는 유지 보수를 위한 건설 관련 작업들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도소에 들어올 때 흉기 또는 탈주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있는, 모든 반입되는 도구들의 숫자를 세고, 나갈 때도 정확히 그 숫자가 맞아야 내보낸다는 교도소의 보안 수칙에 비추어본다면, 이들이 전동공구를 빼돌렸을 가능성보다는 누군가로부터 몰래 건네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교도소 유지, 보수 작업에 관여한 하청업체들도 조사 중이다.

감방 벽을 뚫는데 사용된 도구, 강철파이프를 절단하는데 사용된 전동톱 등을 구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 지하 구조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 혹시나 들었을지 모를 전동톱 소리를 무시한 사람, 맨홀 뚜껑에서 나온 뒤 어딘가로 도주하는데 도움을 준 사람... 이들이 탈옥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도움을 주었을 여지는 무수하다.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교도관이 돕지 않았으면 다행이라고 했을 정도다.

현재는 이들을 잡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과연 어떻게 영화보다도 더 치밀한 이런 탈옥이, 이 삼엄한 교도소에서 가능했는지, 교도소 운영의 허점과 문제점, 부패 여부를 규명하는 일이 앞으로 더 큰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어쩌면 탈옥보다 어려운 도주

두 죄수의 얼굴은 탈옥 직후 공개됐다. 이들이 매우 위험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살인 등 흉악범죄를 저질러왔고, 이미 25년형, 종신형을 선고받았기에 다시 잡힌다면, 영원히 감옥에서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에게,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서, 자신들의 죄를 가볍게 할 이유 같은 건 없다는 것이다. 뉴욕주 북부의 주민들은 집안에 몽둥이나 총기 등 무기류까지 구비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중이다.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10만달러, 우리돈 1억원이 넘는 현상금을 내걸었다. 제보는 답지하고 있다. 탈옥한 바로 그날 아침, 교도소 인근 타운의 한 가정집 뒷마당에서 그를 봤다는 제보부터, 그들의 움직임을 추적할 만한 목격 제보들이 답지하고 있다. 탈옥한지 나흘째, 경찰과 군, FBI까지 동원된 대규모 합동추적팀은 현재, 교도소에서 약 60km 떨어진 곳에서 지난 9일 밤 폭풍을 속을 헤매는 두 탈옥수를 봤다는 신빙성있는 제보에 따라, 윌스브로라는 마을을 뒤지고 있다.

처음엔 이들이 교도소에서 60여km밖에 떨어져있지 않은 캐나다 국경 쪽으로 도주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순식간에 사라졌기 때문에, 당국이 차량을 이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도소가 있는 마을에서 캐나다의 국경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도로는 한 곳 뿐이다. 도로에서는 삼엄한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또 캐나다 국경은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설치돼있어 눈에 띄지 않기가 극히 어렵다. 감시를 피하려면 험한 산길을 타고 국경을 넘어야 하는데, 사람을 공격하는 위협적인 야생동물들이 사는 곳들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마지막 목격 제보가 나온 윌스브로는 캐나다 국경의 반대쪽, 즉, 남쪽 방향이다. 이들이 캐나다 국경 쪽이 아닌 뉴욕의 인구밀집도가 높지 않은 마을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교도소에서 60km 이내의 거리, 차로 이동하면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이다. 이들은 3박4일 동안 여기까지 이동했다. 경찰은 이들이 윌스브로 주변의 삼엄한 경비와 수색을 끝내 뚫고 도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의 탈옥과정은 영화보다도 더 치밀했지만, 탈옥 이후에 대한 대비는 허술했던 것으로 보인다. 쇼생크탈출의 앤디는, 탈옥 다음날, 미리 준비한, 아무런 허점이 없는 신분증을 들고 자신이 운영해온 차명계좌들이 있는 은행 10여곳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교도소장의 재산을 관리하며 불려둔 돈을 찾는다. 지금처럼 방송은 물론 인터넷까지, 탈옥범의 신상이 즉각 공개되던 시절도 아니었다.

탈옥수는 대부분 며칠 안에 붙잡힌다. 앞서 말한 대로 탈옥보다 도주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역사에는 7명의 영원히 사라진 탈옥수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 두 탈옥수의 운명이, 영화나 7명의 성공한 탈옥수들만큼 해피엔딩으로 끝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탈옥 나흘째 여전히 60여km도 안되는 미국 뉴욕주에 그들의 흔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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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에스더기자 (stella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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