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리처드 3세, 530년만에 레스터에서 안식(종합)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인 리처드 3세의 유골이 사후 530년 만에 잉글랜드 중부에 위치한 레스터성당에 안치됐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의 주재 하에 리처드 3세의 유골을 개장(改葬)하는 의식이 26일(현지시간) 레스터 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며느리인 웨식스 백작부인과 글로스터 공작 부부 등의 왕실 인사들과 추첨으로 선정된 일반인 200명 등이 참석했다.
리처드 3세가 전사한 보즈워스 전투 참가자의 후손들과 그의 유골 발굴 및 신원 확인 작업에 참여한 인사들도 초청됐다.
웰비 대주교는 의식에서 "우리는 종복 리처드 당신의 유골을 무덤에 돌려놓는다"고 말했다.
팀 스티븐스 레스터 주교는 "세계에서 수천 명이 여기 영예의 장소에 왔다"며 "그들은 심판하고 비난하려 온 게 아니라 겸손하게 숭배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의식에서 영국 남자 배우로 리처드 3세의 후손인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영국 계관시인 캐롤 앤 더피가 지은 시를 낭독했다.
리처드 3세의 관은 후손 중 한 명인 캐나다의 가구제작자 마이클 입센이 오크 나무로 제작했다.
리처드 3세의 유골 발굴 캠페인을 이끈 필리파 랭글리는 장례식이 끝난 후 "그가 전사했을 때 갖지 못했던 것을 주려는 것이었다. 이제 끝났다. 그에게 존엄스럽고 영예로운 안식처를 줬다"고 말했다.
레스터에는 그의 개장식을 보기 위해 2만여명이 찾았고 시 측은 대형 화면을 통해 의식을 중계했다.
성당은 27일 리처드 3세의 무덤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리처드 3세의 유골은 2012년 8월 레스터의 한 공용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연구진은 유골 치아와 다리뼈에서 뽑아낸 DNA가 리처드 3세의 누이 2명의 유전자와 99.999% 일치한다며 리처드 3세의 유골임을 확인했다.
리처드 3세는 1485년 장미전쟁을 끝낸 보즈워스 전투에서 랭커스터 가문의 리치먼드 백작 헨리 튜더(헨리 7세)에게 패해 32세로 최후를 맞았다.
1483년 형인 에드워드 4세 왕이 사망하자 조카인 에드워드 5세를 제치고 왕좌에 올랐으나, 재위 기간은 26개월에 그쳤다. 그는 전투에서 사망한 최후의 영국 왕으로 기록돼 있다.
그는 레스터에 있는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으나 1530년 무렵 수도원이 파괴돼 무덤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등에서 형과 조카를 살해한 포악한 왕으로 그려졌으나 이는 튜더 왕조의 왜곡된 선전의 결과라는 반론도 따른다.
kerbero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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