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성큼 다가온 전기차 시대.. '타고 다니는 컴퓨터' 테슬라, 벤츠 위협하다

입력 2014. 3. 19. 02:21 수정 2014. 3. 1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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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전기차(Electric Vehicle·EV)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배터리 파워 부족, 전기 충전 등 인프라 확충 어려움, 넓은 국토, 석유 가격 안정 등으로 EV 대중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차례차례 깨지고 있다.

EV 대중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중심에는 신생 고급 EV 테슬라(Tesla Motors) 돌풍이 있다. 이 회사가 2012년 6월 판매를 시작한 주력 '모델S'는 지난해 2만1000여대가 판매됐다. 이는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미국 내 판매 실적을 30% 이상 뛰어넘는 것이다. 테슬라는 하이브리드 차 등과 달리 전기 충전 배터리로만 달리는 100% EV이다. 모든 면에서 벤츠 등 내연기관 구동 최고급 승용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EV 대중화가 먼 미래가 아님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순간 가속 폭발적…'타고 다니는 컴퓨터'=지난 13일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몽고메리쇼핑몰 한켠에 위치한 테슬라 시승장. 모델S를 보는 순간 'EV는 조금은 둔탁해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벤츠 등 최고급 승용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차에 승차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시보드 중간에 자리 잡은 커다란 터치스크린.

아이패드 스크린 2개 정도 크기의 이 스크린을 통해 차량의 모든 기능은 물론 내비게이션과 인터넷까지 이용할 수 있었다. 구글 맵과 위성사진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은 계기판의 스크린과 연동해 효율적인 정보를 실시간 제공한다. 특히 3세대(3G) 데이터통신이 가능해 터치스크린을 통해서 차량 주행 중에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탑승한 제품설명원(product specialist) 그렉 존슨씨는 기자의 국적을 묻더니 인터넷 라디오를 검색해 한국 라디오 방송에 접속시켜 줬다. 곧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부산의 한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왔다.

이처럼 테슬라가 '아이폰 자동차' '타고 다니는 컴퓨터'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정보기술(IT) 플랫폼을 갖춘 것은 본사가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자리 잡은 데서 알 수 있듯 실리콘밸리의 혁신정신에서 탄생한 벤처기업이라는 특성과 깊이 관련돼 있다는 지적이다.

EV의 특징대로 차가 움직이는지를 소리로는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소음이 없었다. 무엇보다 순간 가속력이 일반 가솔린차량보다 훨씬 뛰어났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내는 데 4.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존슨씨는 "일반적인 차량은 가솔린이 연소해서 에너지를 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EV는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바로 배터리에서 구동력이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액셀러레이터를 떼면 보통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것처럼 속도가 뚝 떨어진다. 세단이지만 스포츠카에 가깝다는 느낌도 들었다.

모델S의 충전 후 최대 주행거리는 470㎞로 다른 EV의 3배나 된다. 이는 특별한 기술력이 아니라 차 바닥에 리튬이온전지를 그만큼 많이 깔기 때문이다. 완전 충전에 보통 5시간 정도가 걸리므로 퇴근 후 집에서 충전하면 출퇴근은 물론 장거리 주행에도 별 문제가 없는 셈이다. 더욱이 테슬라는 주간 고속도로와 주요 도로에 슈퍼충전소(Supercharger)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이곳의 고속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30분∼1시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테슬라 운전자는 슈퍼충전소나 대형 쇼핑몰 등에 설치된 충전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미국 연 10만대 시대 돌입=2010년 말 허핑턴포스트는 "미래는 EV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우리는 항상 들어왔다. 하지만 그 미래가 정말 가까워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3년도 안 돼 미국은 그 미래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보호단체 천연자원보호협회(NRDC)의 피터 러너는 미국 EV 시장이 '티핑포인트(급격한 전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내 EV 판매는 2011년 1만7500대에서 2012년 5만3000대로, 지난해에는 9만6000대로 점프했다. 물론 연간 1560만대로 추정되는 전체 미 자동차 시장에서 연간 10만대는 0.6%에 불과한 미미한 수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이고 추세다.

고급 EV로 분류되는 것은 테슬라뿐이 아니다. 기존 휘발유 승용차 제조업체 대부분이 EV 투자와 생산량을 크게 늘릴 태세다. 최근 급증하는 EV 수요에 맞춰 GM은 주력 EV인 세비 볼트(Volt)의 생산능력을 올해 2배로 늘리기로 했다. EV 시장 최고 인기 차종인 리프(Leaf)를 생산하는 닛산은 미국 EV 공장 설비 현대화와 증설을 위해 미 에너지부에서 16억 달러의 융자를 받았다. BMW도 다음 달부터 양산하는 전기스포츠카 'i8'의 예약 주문이 예상을 넘어서면서 생산량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가격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GM과 닛산의 최근 모델은 2011년에 비해 5000달러 이상 떨어졌다. 최근 경제잡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1년 7가지에 불과했던 EV 모델은 올해 24가지로 늘어났다.

테슬라는 EV의 수요 폭발에 대비해 세계 최대 리튬이온전지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초대형 공장이라는 의미로 '기가 팩토리(Giga Factory)'로 이름붙인 테슬라 측은 "이 기가 팩토리가 완공되면 한 해 50만대에 이르는 EV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대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통해 테슬라는 현재 7만1000달러 이상인 모델S 후속 모델로 주목받는 3세대 EV를 최저 3만5000달러에 판매해 시장 점유율을 2배 이상 높일 계획이다. 이 경우 일반 가솔린 차량과의 가격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충전 인프라 확충·호환성 제고 과제= 미국에서 EV 시장이 급성장한 데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11월 향후 10년 내 100만대의 EV가 캘리포니아 도로를 다니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EV 구입 시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 제공은 물론 EV 충전 인프라에 대한 지원도 포함됐다. 이미 캘리포니아를 포함, 뉴욕, 메릴랜드 오리건,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등 8개 주는 2025년까지 330만대의 EV가 운행하도록 힘을 합치는 내용의 '8개주 연합'을 결성한 바 있다.

향후 미 EV 시장의 행보에 매우 중요한 것이 충전 인프라 확충과 호환성 제고이다. 집에서 배터리를 충전했더라도 장거리 여행 시 충전장소를 찾지 못해 차를 세워야 하는 낭패를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EV 구매에 여전히 장애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직장 내 충전소를 비롯해 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에 고속·완속 등 EV 충전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 충전 인프라를 모든 운전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주요 과제다.

예를 들어 테슬라 차량 소유자는 주간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군데군데 설치된 테슬라 전용 충전소에서 무료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다른 EV 운전자들도 이용할 수 있지만 높은 요금을 내야 한다. 상호호환성을 높이는 서비스와 표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기차(EV)란?

여러 가지 정의가 가능하지만 기본적인 특징은 주된 차량 추진장치로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이 경우 도요타 프리우스 등 주요 동력장치로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고 보조 장치로 전기 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통상적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EV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이들 하이브리드 모델도 EV로 분류해 통계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EV에 포함되는 것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PHEV)'와 '배터리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BEV)'이다.

PHEV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지만 외부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점에서 통상적인 하이브리드 차량과 차이가 난다. 주 동력원이 전기 모터인 셈이다. GM의 2014년형 세비 볼트의 경우 최대 시속 60㎞까지 전기로 달리다 가솔린 엔진으로 전환 가능하다. BEV는 순수 전기차로 불리며 100% 전기로 달리는 차량이다. 현재 시판중인 모델 중에서는 닛산의 리프, 테슬라의 모델S(사진)뿐이다.

베데스다(메릴랜드)=글·사진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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