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구글이 온도조절기에 3조 원을 베팅한 이유

하대석 기자 2014. 1. 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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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거액을 들여 온도조절장치 제조사 네스트랩스를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4일 구글은 네스트랩스를 현금 32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3조 387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3조 원이면 우리나라 소셜커머스 3개사(쿠팡, 티몬, 위메프) 지난 한 해 거래액을 모두 합친 금액입니다.

그렇게 큰 돈으로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랩스란 회사는 대체 어떤 회사일까요?

네스트랩스는 애플 출신 토니 파델과 매트 로저스가 2010년 공동창업한 벤처기업으로 온도조절장치와 화재경보장치를 개발해 유명해졌습니다.

(좌측 사진의 파델 대표는 2008년 애플을 퇴사할 때까지 아이팟 개발을 주도해 '아이팟의 아버지'라 불립니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인 온도조정장치는 '써모스탯'. 손바닥 크기의 원형 기기를 벽에 붙인 후 휠을 돌리는 간단한 조작으로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격은 249 달러, 우리 돈 26만 3천 원인데, 얼마나 스마트한 제품인지 소개 동영상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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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해설: 이 제품은 사용자가 집안 온도를 조절할 때마다 집주인의 습관을 분석해 그 다음부터는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합니다. 예컨대 아침에 언제 주인이 일어나는지 기억하고 온도를 높여주는 겁니다. 집을 비우면서 난방 온도를 낮추지 않고 나왔더라도 '써모스탯'은 집주인의 외부활동을 스스로 예측하고 알아서 온도를 낮춰줍니다. 이런 식으로 에너지 비용을 아껴주는 겁니다.

외부에서도 스마트폰으로 '써모스탯'을 원격 제어해 집안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건 물론입니다.

이는 마치 한 사람이 온도조절기 앞에 24시간 상주하며 집주인이 가장 만족하도록 조절해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네스트랩의 또다른 제품인 스마트 화재경보기 '네스트 프로텍트(Nest Protect)' 역시 획기적인 제품입니다.

소개 동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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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해설: 일반 화재경보기는 달걀을 조리하며 나오는 미미한 연기에도 '삑삑'하고 경보음을 울리고, 한 밤중에도 배터리가 다 되면 경보음을 울립니다. 사람들은 그 때 경보기를 천장에서 빼고는 제 자리에 다시 설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결국 정작 화재시엔 경보기가 무용지물이 되곤 했습니다. '네스트 프로텍트'는 미미한 연기가 감지되면 일단 부드러운 음성안내로 "주의하세요. 안방에서 연기가 감지됐어요"라고 말해줍니다. 집주인이 기기 근처에서 손을 흔들면 자동으로 음성안내가 종료됩니다. 그리고 진짜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는 "안방에서 화재가 감지됐어요"라고 음성안내를 해줍니다. 비상상황에 맞게 행동요령을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가격은 129달러, 우리 돈으로 13만 6천 원입니다.

네스트랩이 만드는 제품들은 최근 IT업계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사물인터넷' 개념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의 정의는 '모든 물리적 센서 정보(온도, 습도, 열, 가스, 조도, 초음파, 위치)를 원격 감지해 사물 간 스스로 상호작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프로그래밍으로 작동되며 '스마트'해지는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시장은 기존 통신업계, 미디어업계, IT업계, 가전업계, 전통 제조업계까지 모두 경쟁하는 무대가 될 전망입니다.

그 최대 격전지는 가정집입니다.

스마트홈 시스템 주도권을 놓고 가전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 LG전자등 가전사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통신 플랫폼을 가져가려는 통신사들, 그리고 스마트홈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점하려는 구글과 MS 등 IT기업들까지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RFID를 타이어에 부착한 금호타이어,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현대차의 '블루링크' 등 IT와 무관해보이던 제조사들마저 사물인터넷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시장이 커지는 속도도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PC나 스마트 기기를 제외하고도, 지난 2009년 9억 대에서 2020년에는 260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구글이 3.4조원에 달하는 거금을 들여 네스트랩을 인수한 것도 이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입니다.

마켓워치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구글이 그동안 미진했던 사물인터넷 분야까지 갖춤으로써 사용자 생활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문보기)

사물인터넷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꿀지에 대해서 감을 잡기에 좋은 또 다른 사례중 하나는 미국 하피랩스(HAPILABS)사의 포크입니다.

얼핏보면 그냥 포크지만 내부에 장착된 센서로 사용자 식사시간과 포크 사용량 데이터 수집해 스마트폰 앱으로 식습관 점검합니다. 너무 빨리 먹거나 많이 먹으면 경보음도 울려줍니다.

소개 동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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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아시는 분이 많겠지만,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자동으로 아이패드 등 전자기기로 옮길 수 있는 '솜펜'도 사물인터넷의 대표적 사례중 하나입니다.

청년 벤처사업가로 유명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가 내놓은 '솜펜'의 동영상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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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검색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구글은 사물인터넷으로 영역을 확장해 '모든 사물이 다 검색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최근 로봇기업들을 대거 인수하고 나선 구글이 사물인터넷 시장에 로봇기술까지 도입한다면 어떤 세상이 올까요? 이제 정말 로봇과 함께 살 날이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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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해설 : 유튜브 영상은 구글이 최근 인수한 군용로봇제작사 '보스톤다이내믹스' 관련영상입니다.

그로 인한 어두운 그림자도 걱정됩니다. 구글 소프트웨어로 돌아가는 스마트홈의 로봇들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는 기사들이 오르내릴 때쯤 한 편에선 취직난에 헤매는 88만원 세대와 퇴직 뒤 제2의 직장을 구해야 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어려움도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로봇이 사람 할 일을 다 할 수 있게 되면 사람은 무슨 일을 해서 뭘 먹고 살아야 할지' 진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하대석 기자 hadae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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