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배려한 회사가 투자하기 좋은 우량기업"
'성소수자를 평등하게 대하는 기업에 투자하라.'
기업의 '성소수자 평등' 문제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2일 성소수자 평등을 지키는 기업들의 주가를 지수로 만든 'LGBT평등지수'와 같은 새로운 지수들이 투자자들의 척도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LGBT는 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를 통칭하는 말이다.
LGBT평등지수는 금융회사 크레디트스위스가 지난해 10월에 만든 것으로, 성소수자들이 평등하게 일할 수 있도록 기업이 지원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기준이 되는 기업을 정한다. 성소수자들이 평등하게 채용되는지, 입사 후의 혜택에서 불이익은 없는지, 회사가 성소수자 평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방침을 밝혔는지 등이 기준에 포함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런 기준에 따라 선별된 미국의 20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가지수를 산정한다.
두 달여 지수를 운용한 결과,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LGBT평등지수 사이의 상관관계가 99%로 나타났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지수를 보고 투자하면 S&P500지수가 예측하는 수준의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소수자를 배려하는 기업들이 회사 운영을 잘하는 우량기업들이라는 뜻도 된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성소수자 평등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LGBT평등 포트폴리오'도 출시했다.
이런 포트폴리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에 투자하는 다른 펀드들과 비슷하다. 문제는 역시 수익률이다. 펀드평가 사이트 모닝스타의 로버트 골즈버로는 "사회책임을 강조하는 펀드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걸 많이 봤지만 LGBT평등 포트폴리오는 적어도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성소수자는 4억명, 연간 구매력은 3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구매력을 가리키는 '핑크머니'는 투자회사들의 관심거리다. 미국과 유럽 등 곳곳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는 등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추세인 데다, 은퇴 연령을 맞는 이들 중에서도 성소수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노린 특화된 금융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투자회사 갈릴레오가 2010년 설립한 LGBT캐피털은 아예 "투자를 통해 세계에서 성소수자들의 자유를 증진하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영국 런던과 홍콩에 지사를 둔 이 회사는 성소수자 평등지수로 매긴 기업평가를 반영한 펀드를 올해 2개 이상 내놓을 계획이라고 홈페이지에 밝혔다.
LGBT캐피털 설립자인 폴 톰슨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성적 다양성을 고려하며 투자한다는 것은 기업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며 이런 회사들에 투자한다면 곧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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