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700년 만에 독립의 꿈 이룰까

신정훈기자 2014. 1. 11. 03: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9월 주민투표 앞두고 뜨거운 논쟁

스코틀랜드의 오랜 독립 염원이 올해는 이뤄질까.

스코틀랜드는 9월 18일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할 것인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올해는 영화 '브레이브하트'의 배경이 된 배넉번 전투(1314년) 700주년이 되는 해다. 당시 스코틀랜드는 이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독립의 발판을 마련했다. 스코틀랜드는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700년 만에 독립의 꿈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스코틀랜드가 영국이라는 큰 우산을 벗어 던질 경우 직면할 정치ㆍ경제적 난관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일원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 그리고 주요 8개국(G8)과 G20의 멤버로도 참여하고 있다. 또 유럽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국가신인도를 유지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정치권의 논쟁도 뜨겁다. 스코틀랜드 정무장관인 데이비드 먼델은 "주민투표의 가장 큰 이슈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한 뒤에도 지금의 경제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분명한 것은 영국의 일원으로 있을 때가 더 낫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인으로는 유일한 보수당 소속 의원인 먼델은 통합된 영국을 지지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왕립은행과 HBOS에 구제 금융을 지원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며 "영국의 전폭적인 자금지원이 없었다면 스코틀랜드는 아이슬란드처럼 도산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인구 5백만명에 불과한 작은 독립국가가 됐을 때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릴 수 있을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을 이끌고 있는 알렉스 새먼드 자치정부 수반은 "그 나라의 주민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보편적 진리"라며 "그 누구도 스코틀랜드인보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인 새먼드는 2011년 총선에서 분리 독립을 공약으로 내세워 과반이 넘는 지지를 얻었다. 그는 지난해 11월에는 스코틀랜드 독립의 청사진을 담은 백서 '스코틀랜드의 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9월 주민투표는 스페인과 캐나다, 발칸반도의 다민족 국가에서 일고 있는 분리주의 운동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스페인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EU 회원자격이 박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코틀랜드 주민투표의 불똥이 자국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스페인 역시 경제 위기 이후 거세되고 있는 카탈루냐 지역의 독립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새먼드에게 유리하지 않다. 자치정부의 백서 발간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독립 반대 의견이 41%로 찬성 의견(27%)보다 높았다. 다만 지난해 9월 조사에서 19%포인트에 달했던 격차는 14%포인트로 다소 줄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피오나 힐은 "현재로선 주민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 동안 많은 여론조사와 선거에서 봤듯이 놀라운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