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전쟁할 수 있는 일본' 공식 선포

김현기 2013. 12. 18.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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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첫 안보전략 확정북·중 위협 명분 내걸었지만일 언론 "사실상 집단 자위권"무기수출 금지도 전면 폐기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17일 각의를 통과시킨 '국가안전보장전략(이하 안보전략)' 문건은 33쪽에 달한다. 중장기 외교·안보정책의 최상위 개념인 '안보전략'을 새롭게 만들게 된 취지와 기본 이념에서 시작해 미국·중국·한국·호주·북한, 나아가 프랑스·스페인·폴란드 등 거의 모든 주요 국가와의 관계 설정까지 시시콜콜 적었다. 하지만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우리는 이제 '적극적 평화주의'로 가겠다"는 일종의 선언문이다.

 북한의 정세 불안, 중국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위협과 군사력 팽창 등을 눈뜨고 그냥 두고 볼 수 없으니 일본도 이제는 무장할 것은 무장하고 개입할 것은 적극 개입하겠다는 얘기다. 평화헌법을 기치로 내걸며 전쟁과 무기에서 스스로 손발을 묶었던 전후 질서에서 벗어나 전쟁도 가능한 '보통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전후 일본 사회의 상징인 '평화주의'를 바로 송두리째 없앴다간 국내외의 강한 반발이 일 게 뻔한 만큼 이를 희석하고 속도 조절하기 위해 '적극적 평화주의'란 그럴싸한 표현으로 포장했다.

 그런 점에서 일 언론들은 "이번 안보전략 발표에 직접 명기는 되지 않았지만 '적극적 평화주의'는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과 같은 개념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지(時事)통신은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신중한 입장을 배려해 이번 안보전략에는 담지 않았지만 아베 총리는 일본이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다가가 현 미·일 안보조약의 불균형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17일 각의를 통과한 '신 방위대강'에 '우리 스스로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미·일 동맹의 억지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 명기한 것도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의욕을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발표된 안보전략에는 또 무기수출의 족쇄를 풀고 애국심을 강하게 호소하는 등 보수 성향의 아베 색채가 강하게 배어 나왔다. 안보전략 내에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마음을 기른다" "영토와 주권에 관한 문제에 대해 계몽 노력을 한다"는 표현을 삽입했다. 도쿄(東京)신문은 "'국민보다 국가 우선'이라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1967년 이후 일본 내에서 사실상 무기수출 금지 규정으로 작용해온 '무기수출 3원칙'에 대해선 "새로운 안보환경에 적합한 명확한 원칙을 정한다"며 수정할 뜻을 명확히 했다. 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총리가 천명한 무기수출 3원칙은 공산권 국가, 유엔이 무기수출을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또는 그 우려가 있는 국가에 대해선 무기수출을 금한다는 내용이다. 법제화는 되지 않았지만 역대 정권에 걸쳐 사실상의 불문율이었다. 아베 총리는 이를 몇 가지 조건을 달긴 했지만 사실상 전면 폐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아베의 '군사 대국화' 구상은 이날 함께 각의를 통과한 '신방위대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95년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하던 '절도 있는 방위력 정비'란 표현을 기본방침에서 삭제하고 대신 '실효성 높은 통합적 방위력 정비'로 바꾸면서 "방위력의 '질' 및 '양'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확보해 억지력과 대처력을 높여 나간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10년 민주당 정권 시절에 만들었던 방위대강에 비해 육상자위대의 정원이 5000명 늘어난 15만9000명이 됐다. 2014년도부터 향후 5년간 방위비 총액도 지난 5년간보다 1조2000억 엔 늘어난 24조6700억 엔(약 252조원)으로 부풀었다. 대규모 재정적자에 시달리며 부처마다 예산이 무자비하게 깎이는 상황 속에서도 방위비만큼은 늘려 가겠다는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아베 내각은 안보전략을 새롭게 내놓게 된 배경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팽창을 유독 강조했다.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려는 아베에게 북한과 중국은 일종의 좋은 방패막이가 되고 있는 셈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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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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