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처녀 하이디의 취미는 '국민투표'

허은선 기자 2013. 12. 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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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자유주의 만세!" 지난 3월5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CEO의 연봉을 경영진 대신 주주가 결정하게 한다는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프랑스 사회당 대표 아를렘 데지르가 한 말이다.

그러니까 아를렘 데지르의 스위스 찬양은 '프랑스에서 직접민주주의에 의한 국민투표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직접민주주의의 본고장이 고대 아테네라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국민투표가 가장 활발한 국가는 단연 스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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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의 나라다. 선거권자 10만명이 서명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법안을 만들 수도 있고, 5만명이 서명하면 국민투표를 통해 법안을 폐기할 수도 있다. 부작용도 있다지만 이에 대한 자긍심이 높다.

“스위스 자유주의 만세!” 지난 3월5일(현지 시각) 스위스에서 CEO의 연봉을 경영진 대신 주주가 결정하게 한다는 법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을 듣고 프랑스 사회당 대표 아를렘 데지르가 한 말이다. 부자 증세를 꿈꾸는 프랑스 올랑드 정부와 사회당 눈에는 스위스의 직접민주주의 투표 결과가 부러웠던 것이다. 앞서 2012년 12월29일 프랑스 헌법재판소는 올랑드 정부가 도입하려던 75% 특별소득세법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부유세 도입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지지도는 높았지만 정작 법안에 대해서는 위헌 결정이 났다. 그러니까 아를렘 데지르의 스위스 찬양은 ‘프랑스에서 직접민주주의에 의한 국민투표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이다.

스위스 국민 스스로도 자국의 직접민주주의를 자랑스러워한다. 스위스의 매력을 꼽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명품 시계나 초콜릿이 아닌 직접민주주의가 심심치 않게 1위를 차지한다. 직접민주주의의 본고장이 고대 아테네라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국민투표가 가장 활발한 국가는 단연 스위스다. 스위스의 적은 인구수(2013년 기준 약 799만명)가 직접민주주의의 성공 배경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인구수가 적은 모든 나라에 직접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것도 아니다.

ⓒEPA 11월24일 스위스 베른 주의 한 도시에서 ‘1:12 법안’에 대한 국민투표 개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스위스에서 실시되는 국민투표는 ‘주민발안’과 ‘주민투표’로 나뉜다. 주민발안은 어떤 법률안에 대해 선거권자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국민투표를 통해 시행할 수 있는 제도다. 이에 비해 ‘주민투표’에서는, 이미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에 반대하는 유권자 5만명 이상이 서명하는 경우, 국민투표를 거쳐 폐기할 수 있다. 이번에 통과되지 않은 ‘1:12 법안’은 주민발안으로 투표에 부쳐진 것이다.

1848년 연방 출범 이후 국민투표만 500건 넘어

1848년 스위스 연방 출범 이후 연방 차원에서 실시된 국민투표만 500건이 넘는다. ‘스위스 사람들은 밥 먹고 투표만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투표가 자주 행해진다.

하지만 이 500여 건 모두가 유의미한 투표였냐는 질문에는 의견이 갈린다. 가령 2010년 동물학대 사건 재판 시 동물을 대리하는 변호사 제도를 26개 모든 캔턴(자치주)에 의무적으로 도입하자는 내용으로 국민투표가 치러졌다. 결국 70.5%가 반대해 입법이 좌절됐는데, 당시 “사소한 이슈까지 국민투표에 부쳐 국가적 비용 소모가 크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스위스가 EU 가입국이 아닌 이유도 직접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다. 2001년 EU 가입 협상의 조기 개시 여부가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것. 당시 EU 가입 반대파는 스위스가 EU에 가입하면 자국 특유의 직접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캔턴 단위로도 주민 투표가 이뤄진다. 서울의 한강처럼 제네바를 가로지르는 레만 호에는 한강처럼 다리가 많지 않다.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레만 호에 다리를 건설하려던 제네바 주정부의 시도가 자연을 중시하는 여론 탓에 주민투표에서 매번 무산됐기 때문이다.

허은선 기자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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