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446.8m vs 에티오피아 447.8m '1m 자존심대결'

박민식기자 2013. 11. 1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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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대륙에 불어닥친 마천루 경쟁경제발전에 힘입어 높게 더 높게가나는 대통령까지 나서 독려.. 건축가·개발업자 앞다퉈 진출조상과 가깝게 지내려는 풍습에 고층 기피현상도 아직은 남아

남아공 최대 도시 요하네스버그의 중심부에 우뚝 솟아있는 '칼튼센터'는 40년간이나 '아프리카 대륙 최고층 빌딩'이란 타이틀을 유지해 오고 있다. 미국 건설회사가 1967년 착공해 1973년 개관한 이 건물의 높이는 지상 223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높이 828m)의 4분의 1,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높이 381m)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여 관광명소로 매우 인기가 높은 칼튼센터도 수년 내 영광의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할 처지다. 아프리카 각국들이 앞다퉈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가나의 수도 아크라, 남아공 행정수도 프리토리아 등에 수십층에서 1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라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성장에 힘입어 높은 건물을 짓는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아공 프리토리아의 위성도시 센트리온에 들어설 예정의 '심비오시티 콤플렉스'는 사무실, 상가, 아파트, 회의시설 등을 갖춘 11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다. 이 건물의 높이는 446.8m로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넘어설 전망이다. 시 당국으로부터 건축 허가 등을 받는 절차를 거쳐 2022년 완공을 예상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2017년 완공을 목표로 99층 건물인 '멜레스 제나위 국제센터' 건축을 추진 중이다. 건물 이름은 91년부터 과도정부 대통령과 세 차례 총리를 지낸 뒤 지난해 타계한 멜레스 제나위 전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중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건물은 완공되면 높이가 447.8m로 남아공의 심비오시티 콤플렉스보다 1m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가나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며 초고층 건물 건축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존 마하마 대통령은 올 3월 수도 아크라 교외에 100억달러(10조6,850억원)를 투자해 아프리카판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하는 '호프시티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높이 270m인 75층 건물을 포함해 서로 다른 높이의 고층 건물 6개를 지어 구름다리로 연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개발업체가 돌연 건축 예정지를 변경하는 등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언론은 "업체가 부족 지도자들의 허락을 받지 않아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쳤다"고 보도했다.

FP는 "아프리카의 경제 발전과 동시에 현금이 두둑한 건축가들과 개발업자들이 앞다퉈 들어오면서 초고층 건물 건축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아프리카는 최고층 인공건축물 타이틀을 가장 오랫동안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4,500년 전쯤 지어진 고대 이집트 왕국의 기자 피라미드(높이 45m)가 그 주인공으로, 1311년 영국의 링컨대성당이 지어질 때까지 약 4,000년간 세계 최고층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에 그 동안 고층 건물이 건축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FP는 문화적 요인을 꼽았다. 남아공에서는 팔기 어렵다는 이유로 도시 계획가들이 고층 건축물을 기피한다. 조상들과 가깝게 지내기 위해 땅과 접촉해야 하는 풍습과도 관련이 있다. 실제로 남아공은 다층 아파트는 예외지만, 정부가 짓는 저비용 주택은 1층짜리만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유명 전통 건축물을 봐도 대체로 낮다. 세계에서 가장 큰 진흙벽돌 건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말리의 '젠네 모스크'나 역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짐바브웨 왕국의 도시 유적 '그레이트짐바브웨'가 그 예다. 또 2002년 개관 당시 독특한 외관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요즘 초고층 건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첨탑 모형의 뾰족한 모양이 아니다.

건물 지을 땅이 풍부해 굳이 고층 건물을 지을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FP는 "저층 위주의 개발은 인근 지역으로 도심이 팽창할 수 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서비스가 분산되고, 대중 교통 접근도 어려워지며, 과도한 차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오염 증가 등의 문제를 불러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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