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할머니가 4층에서 몸을 던져 전한 말은?

우상욱 기자 2013. 11. 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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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새벽 1시 10분쯤 중국 광저우 바이윈구의 6층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1층 창고에 세워져 있던 한 전동차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합니다. 충전기가 과열되면서 전동차 한 대가 화염에 휩싸였고 폭발했다는 설명입니다.

옆에 세워져 있던 다른 전동차도 연쇄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창고에 가득 쌓여있던 어망 등 각종 나일론 재질 어구들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습니다. 불길은 중앙의 계단을 타고 삽시간에 6층 전체로 번져갔습니다.

거의 유일한 탈출구인 계단이 불길에 휩싸이면서 거주민들은 꼼짝없이 화재에 갇혀버렸습니다. 지나가던 행인들이 화재를 발견하고 바로 소방서에 신고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출동한 소방차 2대가 건물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좁은 골목길 양쪽으로 화물차와 승용차들이 주차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할 수 없이 200m 짜리 긴 소방호스를 끌고 들어가 물을 뿌려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원활한 화재 진압과 구조가 어려워졌습니다. 출동한지 20분이나 지나서야 소방차 11대가 출동해 본격적인 구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인명 피해가 커졌습니다. 이 건물에 살던 16명 가운데 5명이나 숨졌습니다. 4명은 밀려드는 연기에 그만 질식해 숨졌습니다.

그런데 단 1명, 올해 60세인 셰이 할머니는 건물 4층에서 뛰어내려 숨졌습니다. 불을 피해 무작정 뛰어내린 것일까요? 아닙니다. 사연이 있었습니다.

셰이 할머니는 화재 당시 올해 8살인 손자, 7살짜리 손녀와 함께 4층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불이 난 것을 깨닫고 황급히 피하려 했지만 계단은 이미 불길에 가로 막혔습니다. 5층에 있던 큰 아들 부부와 작은 손자의 안부는 알아볼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큰 며느리와 4살이었던 작은 손자가 연기에 희생됐습니다.)

셰이 할머니는 두 손자, 손녀라도 어떻게든 지켜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2명을 인화물질이 가장 적은 화장실로 데려갔습니다. 그리고 욕조에 2명을 숨겼습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숨어있는 것을 구조대가 모른다면 찾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고 그러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겠다.' 셰이 할머니는 화장실에서 나와 문틈을 젖은 수건으로 꼼꼼하게 틀어막았습니다. 그리고 4층 창문을 열고 밑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구조활동을 준비하던 소방관들은 건물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리는 것을 봤습니다. 쿵 소리가 난 곳으로 황급히 달려가보니 셰이 할머니였습니다. 당연히 온 몸이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셰이 할머니는 사람들을 보자 본능적으로 외쳤다고 합니다. "4층 화장실에 손자들이 있어요. 제발 구해주세요. 4층 화장실이에요." 정신을 잃을 때까지 이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구조대는 옆 건물을 통해 화재가 난 건물 옥상으로 진입했고 바로 4층으로 뛰어들어가 2명의 아이를 구출했습니다. 아이들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셰이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진 직후 숨을 거뒀습니다. 손자들이 몸을 피한 장소를 알리기 위해 목숨을 던진 것입니다.

제 아이들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아빠, 엄마가 생활에 쫓겨 자녀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는 공백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메워주고 있습니다. 많은 가족이 그럴 것입니다. 당신의 자녀들에게 한없이 퍼부었던 사랑과 정성을 이제 늘그막에 손자, 손녀에게까지 쏟고 있는 셈입니다.

이 시대 할아버지, 할머니는 그래서 위대하다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우상욱 기자 woos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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