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맛있는 건 다 먹을 수 없어요"..천사의 슬픔
중국의 인터넷을 서핑하다 우연히 발견한 영상입니다. 사무실에서 입을 막고 소리 내지 않고 우느라 무척 고생했습니다. 원래는 11분짜리 영상인데 간략하게 줄였습니다. 중국어를 하실 수 있는 분이면 http://news.youku.com/chengzhangji2013의 주소로 찾아가셔서 직접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올해 만 4살의 신신은 보통의 아이들과는 먹거리가 다릅니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케이크, 콜라, 과자 등 보통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모두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음식을 먹으면 어머니에게 매를 맞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음식을 먹으면 바보가 되고 예뻐지지 않는다'며 겁을 줍니다.
신신에게 페닐케톤뇨증이라는 유전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신의 몸에는 단백질 속에 약 2∼5% 함유되어 있는 페닐알라닌이라는 성분을 분해하는 효소가 모자랍니다. 따라서 남들과 같이 먹었다가는 페닐알라닌이 몸 안에 쌓여 경련이나 발달장애를 일으킵니다. 치료법은 없고 그저 식이요법으로 페닐알라닌 섭취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신신의 어머니는 그런 환자들을 위한 특별한 밀가루를 쓰고 고기와 달걀, 우유, 치즈 등의 반찬은 요리하지 않습니다. 신신의 오빠는 이런 선천성 질환이 있는 줄 모르고 식이요법을 해주지 않아 그만 정신지체 장애를 갖게 됐습니다.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고 간단한 계산도 못합니다. 동네 아이들이 오빠를 바보라고 놀리면 신신은 화가 납니다. 아이들을 때려주고 싶습니다.
신신은 그래서 남들보다 공부를 더 열심히 합니다. 틈나는 대로 영어 단어를 외웁니다. 그런데 영어 단어 가운데도 음식 이름은 한 번 외우면 잊혀지지 않습니다. 모두 신신이 크면서 맛볼 수 없고, 또 영원히 먹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신신은 공부를 아주 잘 합니다. 선생님이 자신의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하는 사람에게 상을 주겠다고 해서 누구보다 먼저 대답했습니다. 상으로 빨간 꽃 스티커를 받았습니다. 친구들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던 문제를 풀었기 때문입니다.
엄마한테 칭찬을 받은 기분에 '엄마가 드시는 음식 맛을 보면 안 되냐?'고 떼를 썼습니다. 혼만 납니다. 엄마는 "네게 주는 밥만 먹어야지, 남의 것을 먹으면 절대 안 된다"고 엄포를 놓습니다. 남의 음식을 먹었다가는 멍청해지고 얼굴도 못생겨진다고 또한번 강조합니다. 몰래 남의 음식을 먹었다가는 때려주겠다고 경고합니다. 엄마의 말뜻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섭섭합니다.
딸에게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주지 못하는 엄마도 속상합니다. 딸이 먹는 게 싫어서가 절대 아닙니다. 그런 음식을 먹으면 발달장애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픕니다. 떼를 썼던 게 미안해서 신신은 엄마에게 안마를 해드립니다. 엄마는 그런 딸이 대견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신신이 식이요법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양섭취가 부족하고 그래서 특수 분유를 꼭 먹어야 하는데 그 분유 값이 일반 분유보다 서너 배 비싸다는 점입니다. 분유를 살 돈이 없습니다. 그래서 멀리 다른 곳으로 일하러 나가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아예 받지도 않습니다. 남편의 벌이로는 그런 특수 분유 값을 대기에 벅찹니다. 신신이 스무 살이 되면 엄마는 벌써 환갑을 넘습니다. 엄마는 신신이 다 자랄 때까지 제대로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눈물이 납니다.
주말이면 가족이 모두 마을 광장에 갑니다. 그곳에서 신신은 엄마를 도와 장난감을 팝니다. 신신은 소리 높여 외칩니다. "모두에게 필요한 장난감이에요. 우리 집 것이 가장 쌉니다. 아주 잘 가지고 놀 수 있어요. 이게 5위안(우리 돈 약 900원)인데 안 살래요? 엄청 재미있고 엄청 싸요" 신신네 가족에게 쏠쏠한 부업입니다. 신신은 마음을 먹습니다. 자라면 엄마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겠다고. 자라면 아빠에게 돈을 많이 벌어주겠다고. 자라면 오빠를 잘 돌보겠다고.
오빠와 함께 엄마를 기다리면서 신신은 항상 이 노래를 부릅니다. "나는 엄마를 좋아해요. 엄마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하루 종일 일해서 몹시 피곤하시죠. 엄마, 엄마 빨리 여기 앉으세요. 엄마, 엄마 빨리 앉아 쉬세요" 그러면서 꿈을 꿉니다. 오빠가 다시 아름답게 변하는 것을. 오빠가 다시 똑똑해지는 것을.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천진난만한 웃음과 용기를 잃지 않는 신신의 모습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목이 멥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그리고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지 못했음에 부끄러워집니다.
중국에서 신신과 같은 페닐케톤뇨증을 갖고 있는 환자는 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가운데 신신과 같이 적절한 조치를 받고 있는 아동은 2만 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0만 명은 이미 발달장애를 입었거나 병증이 심각해지는 경계선상에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중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 병의 존재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입니다.우상욱 기자 woos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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