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페이스북에는 왜 노조가 없을까?

실리콘밸리 2013. 8.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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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58>실리콘밸리에서 보는 혁신과 노조의 대립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특파원][[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 58 > 실리콘밸리에서 보는 혁신과 노조의 대립]

구글 구내식당 모습. < 사진:로이터 >

산해진미를 먹을 수 있는 구내식당. 집안 빨래, 머리 손질, 체력 관리, 심지어 마사지까지 모두 해결해주는 구내복지. 여기에다 넉넉한 휴가와 연봉까지. 구글이다. 이 모든 것이 다 있는 구글에 딱 하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노조.

복지가 이 정도이면 노조가 없을 만도 싶다. 개인기 출중한 구글 직원들 입장에서는 연봉 협상도 맨투맨이 유리할 터. 근로조건이 일괄 협상되는 노조가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IT칼럼니스트 그레고리 페렌스타인은 최근 IT매체 테크크런치에 쓴 글에서 "실리콘밸리와 노조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테크놀로지의 팬(fan)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기술진보에 반대하고, 혁신과 반비례한다. 혁신을 만드는 테크놀로지 종사자는 창조를 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래서 노조와 실리콘밸리는 친구가 될 수 없다. 노조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넉넉한 봉급, 럭셔리한 식단, 자율적 문화… 노조가 희망해왔던 모든 것을 실현하고 있지 않는가? 혁신의 이익은 단기적으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테크놀로지에서는 개인기가 중요하고, 혁신은 울퉁불퉁 불평등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집단적인 노조와는 맞지 않다고 치자. 자유로운 영혼들이라 치자. 논란은 실리콘밸리 IT기업에 노조가 있고 없고를 넘어서, 노조와 파업, 그리고 불평등에 대한 '인식'이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무대로 테크놀로지측과 노조측 간에 벌어지고 있는 논쟁도 이런 인식의 차이 때문이다.

지난 5월 샌프란시스코 미션스트리트 인근 주민들이 구글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무료셔틀 버스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멕시코 출신들이 많이 사는 이 지역은 최근 구글 등 IT기업 종사자들이 몰려들면서 집세가 1년 사이 30% 급증했다. < 사진:유튜브 개인동영상 캡처, 테크크런치에서 재인용 >

지난달 30일 샌프란시스코 시청 앞에서 차량공유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 노조원들이 '테크노 도둑들'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출처:테크크런치 >

논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달 초 샌프란시스코 등 실리콘밸리 일대를 운행하는 '바트(BART·한국으로 치면 전철)' 노동자들 파업. 이들의 평균연봉은 6만 달러(약 6700만원)로 꽤 많은 것 같지만, 실리콘밸리 생활물가를 고려하면 그렇지도 않다. 현지기관에 따르면, 이곳 4인 가족 필요소득은 7만4341달러(8400만원)에 달한다.

불편을 겪게 된 테크놀로지측의 비판이 시작됐다. 벤처기업인 '유저보이스(UserVoice)'의 리처드 화이트 CEO는 미국공영 라디오방송 NPR에 출연해 이런 해법을 제시했다. "(파업 노동자들이) 원하는 대로 다 주자. 그 다음에 모두 자동화시켜 버리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아닌가?"

또 IT매체 '판도데일리(Pando Daily)'의 편집인 사라 레이시는 며칠간 계속된 파업이 스타트업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테크놀로지 인생은 실력주의이다. 열심히 일해서 창조하고 보상을 받는다. 이는 노조와는 정반대되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이들 견해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이들의 논지에서 "계급투쟁(class warfare)의 냄새가 작렬한다"는 것. 인터넷신문 '살롱(salon.com)'의 칼럼니스트 앤드루 레오나드는 "노조 노동자들은 기생충에 불과하고, 기계로 다 대체가 되어야 한다니! '테키(techi·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의 거만함이 혁명 전 러시아 귀족보다 더 나쁘다."

또, 칼럼니스트 케빈 루즈는 뉴욕매거진에 쓴 글에서 "바트 파업은 실리콘밸리에서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가 자랑하는 차량공유서비스는 파업기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예약만 하면 된다'고 자랑했다. 구글, 페이스북 직원들은 셔틀로 편안히 출퇴근 하면 됐다. 하지만, 공공운송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공공운송은 그 어떤 공유서비스보다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샌프란시스코 바트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며칠간 바트 운행이 중단됐다. < 사진출저:뉴욕매거진 >

차량공유서비스 '리프트'의 상징인 분홍색 콧수염을 빗대어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택시 노조원. < 사진출처:테크크런치 >

테크놀로지와 노조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초 실리콘밸리가 이민법 개정을 위한 로비단체를 만들었을 때, 미 노동총연맹(AFL-CIO)은 "테크놀로지 산업은 탐욕적"이라고 비난했다. 미국내 일자리가 해외 노동자들로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최근 리프트(Lyft), 사이드카(Sidecar) 등 자신의 남는 좌석을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유료로 제공하는 차량공유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생계를 위협받게 된 택시 노조원들은 "테크노 도둑들(Techno Thieves)"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처럼 테크놀로지의 메카, 실리콘밸리는 혁신과 민주주의의 갈등이 첨예한 곳이다. '뉴요커'의 조지 파커 기자는 실리콘밸리를 비판하면서 "말은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면서, 자기들 세금을 줄이고, 자기 자식은 특별교육을 시킨다. 정의에는 무관심하고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레고리 페렌스타인은 테크크런치에서 "IT가 만들어내는 불평등은 더 큰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테크놀로지는 원래 불평등을 가져온다. 인터넷경제의 목표는 소득의 공평함이 아니라 새로운 부의 창출이다. 지금까지 테크놀로지는 없앤 것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왔지 않았던가?"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들. < 사진출처:SFGate >

혁신과 평등, 참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최소한, 세상을 바꾸겠다는 혁신가들이 득실한 샌프란시스코가 뉴욕의 맨해튼만큼 노숙자가 많은 것은 문제이지 않을까? 전 미국 노동부장관이자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살고 있는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도 "실리콘밸리가 진짜 세상을 바꾸려면 공동체의 가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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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특파원 b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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