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에 페북 '좋아요' 1000번..방글라데시서 '클릭 공장' 성업중

2013. 8. 4. 16: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지구촌 화제

'눈속임 마케팅'이 SNS 신뢰성 갉아먹어

방글라데시의 '좋아요' 클릭 공장을 아시나요?

방글라데시의 주력 생산품에는 에이치앤엠·자라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위한 값싼 옷만 있는 게 아니다. 빈곤국 방글라데시에서 선진국 기업의 마케팅 수요에 맞춰 페이스북 '좋아요' 클릭 수를 늘려주는 이른바 '클릭 공장'이 번성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2일 보도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기업 등이 마케팅·홍보를 위해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개도국 클릭 공장에 의뢰해 손쉽게 대중평가·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가입에 본인 인증 절차가 없어서 얼마든지 '가짜 계정'을 만들 수 있고, 이런 가짜 계정을 통해 특정 게시글에 호감을 표시하는 좋아요를 폭발적으로 늘려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가디언>은 방글라데시 다카의 한 클릭 공장이 페이스북 좋아요를 1000개 클릭하는 데 단지 15달러(약 1만7천원)의 비용을 원청기업에 요구할 뿐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3교대 시스템으로 가짜계정을 통해 '좋아요'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데, 1명한테 지불하는 연간 인건비가 120달러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의 '좋아요'뿐 아니라 유튜브 비디오의 조회수나 트위터의 팔로어 숫자도 마찬가지로 클릭 공장에서 값싸게 생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가 퍼뜨리는 정보의 신뢰도를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현 단계에선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31%가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트위터 팔로어 수치 등의 품평을 참조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실제 페이스북은 구글의 '검색 광고' 시장을 뺏으려고 열을 올리는 참이다. 하지만 클릭 공장의 번성은 이런 품평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최근 영국 방송 <채널4>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디스패치스'는 방글라데시 클릭 공장 실태를 보도했다. 샤레이트닷컴(Shareyt.com)은 서구 기업들과 클릭 공장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을 하는 방글라데시 업체다. 이들은 누리집에서 "페이스북 좋아요는 물론, 트위터 팔로어, 유튜브 조회수, 구글플러스원 투표수 등을 늘릴 인력을 언제 어디서든 대량 동원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30~40%의 가짜 클릭을 방글라데시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다카에서만 약 2만5000명의 인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영국에서 제작된 만화영화 <미스터 빌리 : 하일랜드의 수호자>는 세계적으로 한국에서만 개봉되고 흥행에 참패했는데, 페이스북 '좋아요'는 6만5000개로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보다 많았다. 게다가 '좋아요' 클릭은 개봉도 되지 않은 이집트와 방글라데시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이뤄졌다. 이 영화 제작사는 마케팅 일환으로 클릭 공장 중개업체 샤레이트닷컴에 271파운드(46만원)를 지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이런 클릭 공장의 열악한 노동 여건은 인권 문제 등 또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방글라데시 의류 하청공장의 열악한 노동 여건은 공장 붕괴·화재 등 참혹한 사고들을 통해 국제사회에 윤리적 소비에 대한 각성을 일깨웠다. 이에 따라 여론 압박에 못이긴 서구 원청업체들이 하청 공장 노동 여건 개선에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좋아요' 하청 노동자들은 이런 주목조차 받지 못한 채 서구 원청업체의 눈속임 마케팅 주문을 묵묵히 이행하고 있다. 창문 하나 없는 폐쇄 공장에서 컴퓨터 스크린을 마주하고 밤을 새워가며 인건비 1달러당 페이스북 '좋아요' 1000개나 트위터 팔로어 1000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클릭 공장의 한 관리자는 이와 관련해 "우리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를 비도덕적이라고 본다면 일을 의뢰한 사람들을 탓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원더랜드'가 아니고 '언더랜드'군요법륜 스님 "박 대통령, 여성성의 부드러운 리더십 살려야"1달러에 페북 '좋아요' 1천번…'클릭 공장' 방글라데시서 성업중[화보] 밤에도 환한 '백야'…모기망 무장 트레킹[화보]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 현장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