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관 채팅 내용까지 봤다

허은선 기자 2013. 6. 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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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NSA와 FBI가 시민의 웹 사용 내역을 수집했다는 사실을 전직 CIA 요원이 폭로했다. 그에 따르면 이들 정보기관은 매일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IT 회사 서버에 접속했다. 오바마는 또 수세에 몰렸다.

“IT 기업 9개사가 미국 정부에 고객의 웹 사용 정보를 ‘타이핑되는 대로 고스란히’ 넘겨왔다.” 6월7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정보기관들이 IT 기업들로부터 고객 정보를 제공받았다고 폭로했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국(NSA)과 연방수사국(FBI)은 2007년 개발한 프로그램 ‘프리즘(PRISM)’을 통해 구글·마이크로소프트·유튜브 등 IT 회사의 중앙 서버에 접속했다. 일반 시민의 웹 사용 내역을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 검색 기록은 물론이고 채팅 내용까지 감시 대상이 됐다.

하루 앞선 6월6일 영국 〈가디언〉도 미국 정보기관의 비슷한 행태를 폭로했다. NSA가 매일 통화 기록 수백만 건을 비밀리에 조회했다는 내용이다. 기사에 따르면 NSA는 여러 해 동안 버라이즌, AT&T 등 통신회사로부터 고객의 수신·발신 번호, 통화 시점, 통화 시간 등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단, 통화 내용은 제공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Reuter=Newsis 6월13일 시민들이 홍콩 주재 미국 영사관 앞에서 내부고발자 스노든의 사진을 들고 지지 시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 〈가디언〉이 미국 〈워싱턴 포스트〉보다 하루 앞서 특종을 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상자 기사 참조). 6월9일 〈가디언〉은 제보자인 전직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29)의 신원을 단독 공개했다. 스노든은 최근까지 NSA에서 일하던 IT 기술자였다. 그는 “보통 사람들의 기본권과 자유가 침해받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계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며 제보 경위를 설명했다.

스노든 인터뷰 기사는 그의 제보가 내부 고발인지 폭로인지 논란으로 이어졌다. 미국 현지 주요 언론들은 그를 ‘누설자(leaker)’라고 부른다. 〈뉴욕 타임스〉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6월11일 “스노든은 국가의 기본적 규율을 위반했다”라고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AP 통신은 6월10일 기자들에게 ‘내부고발자(whistleblower) 대신 누설자라는 표현을 써라’ 하고 공지했다. AP 통신의 톰 켄트 표준어 에디터는 “내부고발자는 잘못을 폭로했을 때 쓰는 단어다. 단순히 누군가의 불법행위나 부도덕함을 주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내부고발자라 부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고발자도 정보기관도 이해한다”

미국 국민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6월14일 현재까지 나온 현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미국민들은 스노든과 정보기관 양쪽 모두를 이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참여한 3000여 명 중 약 3분의 2가 “그는 영웅이다. 시민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커다란 위협을 폭로했기 때문이다”라고 응답했다. 1971년 미국 국방부의 베트남 전쟁 관련 비밀 문건을 〈뉴욕 타임스〉에 건넸던 대니얼 엘스버그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내부 고발을 했다”라며 스노든을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인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합당한가’라는 여론조사에서는 ‘국가 안보를 위해선 받아들여야 한다’는 응답이 우세하다. 이는 스노든과 달리 스스로를 ‘피해자’로 인식하지 않는 미국민의 수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도 “지난 2008년에 개정한 ‘해외정보감시법’에 따라 정당하게 민간인의 이메일과 통화 기록을 수집했다”라고 주장한다. 인터넷과 전화 도청은 테러 방지에 필수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프리즘이라는 비밀 프로그램의 존재도 순순히 인정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오바마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공화당 출신 존 베이너 하원의장처럼 “스노든은 반역자다”라고 주장하는 정치인은 소수다. 6월12일 미국 상원 세출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NSA 키스 알렉산더 국장에게 “오바마 정부는 개인정보 수집 규모를 축소하고 ‘프리즘’을 둘러싼 비밀의 장막을 걷어라”라고 성토했다. 6월 초 AP 통신 기자 100여 명의 전화 기록을 몰래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른 백악관은 이번 일로 더욱 난처해졌다.

스노든은 “세상의 관심이 내가 아닌 미국 정부가 한 일에 향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지만 미디어의 관심은 여전히 그의 행방에 쏠려 있다. 6월13일 FBI는 “스노든이 범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라고 말했다. 스노든은 현재 홍콩에 머물고 있다.

스노든은 6월13일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2009년부터 중국과 홍콩도 해킹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사이버 안보 전쟁을 벌이던 중국은 본의 아니게 반사이익을 보게 됐다.

허은선 기자 alles@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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