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 절대로 노 전 대통령 발언 공개 못할 것"

2013. 6. 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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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

북한이 27일 국가정보원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에 대해 "절대로 용납치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의 입장 발표는 지난 24일 회의록이 공개된 후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새벽 < 조선중앙통신 > 을 통해 발표한 긴급성명에서 "괴뢰보수패당이 우리의 승인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수뇌 상봉 담화록을 공개한 것은 우리의 최고존엄에 대한 우롱이고 대화상대방에 대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괴뢰보수패당이 말끝마다 '신뢰'요 뭐요 하지만 가장 신성시해야 할 북남수뇌분들의 담화록까지 서슴없이 당리당략의 정치적 제물로 삼는 무례무도한 자들이 그 무슨 신뢰를 논할 체면이 있는가"라며 "도대체 (남측이 말하는) 수뇌상봉, '정상외교'의 진정성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성명은 "우리 군대와 인민은 괴뢰보수패당의 이번 망동을 절대로 용납치 않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도 정상회담 회의록을 함부로 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반발은 회의록 공개 직후부터 예상되었던 일이다. 하지만 북측의 강도 높은 반발의 이유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북한사회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것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탈북자 출신의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의 시각이다.

▲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장

김형덕 한반도형화번영연구소장은 27일 < 오마이뉴스 > 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국정원이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에 나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것" 이라고 평가했다.

ⓒ 오마이뉴스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에는 남북관계 진전은 물 건너갔다"

김 소장은 27일 < 오마이뉴스 > 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대화록에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북한을 존중하면서 완곡하게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또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공개되는 순간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로 공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체제 실패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잔뜩 움츠린 북한을 안심시키고 달래면서 교류의 장으로 견인하는 것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황소 다루기만큼이나 아주 어려운 일"이라면서 "이런 노력을 '굴욕적', '매국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절대로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형덕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북한이 27일 국가정보원의 회의록 공개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예상했던 일이지 않은가. 이제 박근혜 대통령 집권 기간에는 남북관계 진전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다."

- 정상회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그동안 새누리당을 비롯한 한국 내 보수세력들은 '굴욕적', '매국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나는 오히려 북한 당국이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절대로 공개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대화록을 꼼꼼히 읽어보면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대체로 설득 위주였고, 오히려 북한을 존중하면서 완곡하게 변화를 요구했다고 본다. 예를 들어서 국제사회의 현실을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자주의 문제라든가, 남한 사회의 친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그대로 북한 사회에 알려진다면 오히려 북한 주민들은 남한 쪽으로 경도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상이 이런데도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굴욕적이었다거나 매국적이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온당한 주장이 아니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한국의 진보세력이 피곤할 것"

- 어떤 의미에서 그렇게 평가하는가.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남북교류를 하자는 한국의 진보세력이 굉장히 피곤하고 위협적인 세력들이다. 오히려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보수세력들은 자신들의 내부결속에 도움을 줄 뿐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한다.

북한 정권은 한국 내 진보세력이 교류하자고 나오는 데 대해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과연 자신들의 체제가 담보될까, 라는 두려움 말이다. 북한정권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교류를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훨씬 편할 것이다. 이것은 굉장한 아이러니다. 나는 남북교류를 하게 되면 한국이 담보를 해주지 않는 이상 북한 체제는 아주 허약하다고 본다.

한국의 경제적 능력과 민주주의 역량은 북한을 충분히 리드할 정도로 견고하고 압도적이다. 문제는 국민의식이다. 한반도가 통일이 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는 정치세력은 여러모로 불리하다. 통일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교류의 증진을 통한 이질감 해소와 동질감 증대를 위한 선제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체제 실패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잔뜩 움츠린 북한을 안심시키고 달래면서 교류의 장으로 견인하는 것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황소 다루기만큼이나 아주 어려운 일인데다, 그런 노력을 굴종과 타협으로 몰아가는 세력에 동의하는 국민도 많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동안 이념적 대립으로 북한을 절대 악으로 교양되어온 다수 국민의식에 선동의 휘발유를 뿌려 이익을 취하는 세력이 남한 정치의 한 축을 강력하게 구성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어서 너무나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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