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외교관, 유엔회의서 "웃지마 닥쳐"

연합뉴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 고위 외교관이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고문방지위원회(CAT) 회의에서 자기 발언에 대한 참석자들의 조소에 격분, '비외교적'인 언행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자 도쿄신문은 지난달 22일 일본을 대상으로 열린 CAT 심사회 회의를 방청한 인사를 인용, 우에다 히데아키(上田秀明) 일본 외무성 인권·인도 담당 대사가 "웃지마", "셧 업(shut up·입닥쳐)" 등 국제회의장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언사를 내뱉었다고 소개했다.

일본변호사협회 대표로 회의를 방청한 고이케 신이치로(小池振一郞) 변호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모리셔스공화국 국적의 한 CAT 위원이 수사 편의를 위해 정식 구치소가 아닌 경찰서 유치장 등에 피의자를 구속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위원은 "피의자 자백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중세의 잔재"라며 "일본의 형사소송 절차를 국제수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우에다 대사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중세'라는 언급이 있었지만 일본은 세계 제일의 인권선진국"이라고 항변했다. 다소 과했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발언 직후 "인권 선진국의 하나"라고 정정했지만 회의장 안에서 조롱섞인 웃음소리가 퍼졌다고 한다.

이에 격분한 우에다 대사는 "왜 웃느냐. 웃지말라"면서 연신 "셧 업"을 외쳤고, 일순 회의장 분위기가 얼어붙었다고 고이케 변호사는 소개했다.

고이케 변호사는 "유엔 내 위원회는 각국 정부 대표와 위원들이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곳인데, 일본은 그 의미를 모르는 나라로 인식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개탄했다.

CAT는 경찰과 국가 권력에 의한 고문과 비인간적인 대우를 금지하는 고문금지조약에 따라 1988년에 설치된 유엔 기구다. CAT는 지난 21∼22일 진행한 대(對) 일본 심사를 거쳐 지난달 31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법적책임 인정, 배상, 관계자 처벌, 관련 내용 교과서 기술 등을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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