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셰일 혁명 역풍.. OPEC 균열 조짐

2013. 5. 2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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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에너지 혁명'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사이에 내분이 확산되고 있다.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 '블랙 골드(석유) 카르텔'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불만이 특히 고조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셰일층의 석유와 비슷한 등급의 저유황 연질유를 생산해 왔던 터라 새 '에너지 붐'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OPEC의 아프리카 회원국들은 국제유가가 현재 수준보다 더 떨어질 경우 석유 감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자니 알리슨 마두케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최근 미국산 셰일가스를 지목하며 "아프리카 산유국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동을 제외한 산유국들은 고유가를 통해 수출용 석유 생산량 감소를 상쇄해야만 하는 처지다. 마땅한 대안 에너지원이 없어 국내 소비도 자국산 석유로 충당해야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 이외에도 이란과 베네수엘라 역시 같은 입장이다.

반면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은 비교적 느긋하다. 특히 자체적으로 석유 생산량 조절이 가능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쉬울 게 없다.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최근 "새로운 공급원이 생긴다고 해서 겁낼 필요는 없다"며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 몫이 돌아갈 것"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페르시아만 6개국 OPEC 대표들은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앞으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들이 감산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산유국들 간 불협화음의 배경엔 뿌리 깊은 석유 패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석유 감산 논의는 줄곧 '생계형' 산유국들과 저유가를 감당할 만한 페르시아만 석유부국들 사이의 의견충돌로 비화돼 왔다.

OPEC 회원국들은 31일 오스트리아 빈에 모여 원유 생산량 조절을 둘러싼 이견 조율에 들어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유가 급락을 막기 위해 석유 감산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셰일 에너지로 인한 여파는 회원국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공동 대응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는 자국 내 셰일가스·오일 생산량을 2018년까지 올해(2013년 추정치 기준)보다 21% 늘릴 계획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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