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침투군이 '인민군 렬사묘'에 묻혔다? "처음 듣는 말"

2013. 5. 2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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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지난 13일 TV조선에서 방영된 함북 청진시 '인민군 영웅들의 렬사묘' 장면.

ⓒ TV조선

'5·18 광주 민주화운동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이들이 증거라고 내세우는 '인민군 영웅들의 렬사묘'를 정작 해당 지역 출신 탈북자들은 알지 못했다.

문제의 '인민군 영웅들의 렬사묘'는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 있는 것으로, 앞면에는 묘비명이, 뒷면에는 158명의 이름과 함께 "동우 외 삼백삼십이명의 인민군 영웅 열사들이 잠들고 있다"고 적혀있다. 이어 "사람들이여! 걸음을 멈추고 용사들의 불멸의 애국정신을 추억하라, 피로서 조국을 지킨 인민군 영웅열사들의 혁명 정신과 찬란한 위훈은 후손만대에 길이 빛나리라!"라는 게 비문의 내용이다.

이 묘비에 대해 지난해 9월 탈북난민보호협회의 김주호씨는 5·18에 개입했다가 사망한 북한 정찰국 특수부대원들의 가묘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렬사묘'는 '5·18 북한 개입설'의 주요 근거 중의 하나로 거론돼 왔고, 지난 13일 TV조선의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도 이주천 원광대 교수가 마찬가지의 주장을 반복했다.

< 오마이뉴스 > 가 청진시에 오래 거주했던 탈북자들을 취재했지만 이 묘비의 정체를 아는 이는 찾지 못했다. 취재 과정에서 북한 거주 당시 이 묘비를 본 적이 있는 한 탈북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70년대에 청진에서 태어나 22년 동안 거주했던 그는 이 묘비의 사진을 보고 "해방산 역전(청진역) 뒤, 소련군 해방탑, 중국 인민지원군 위령탑 근처에 있었다"고 기억해냈다.

이 탈북자는 "한 두번 간 기억이 나지만, 이 묘비가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선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찰국 군인들이었다면 거기에 묻히지 않고 남한으로 치자면 현충원인 (평양의) 혁명열사릉이나 전쟁열사릉에 묻혔을 것"이라고 했다. 이 탈북자는 "광주봉기(북한에서의 5·18 민주화운동 명칭)에 북한이 개입했다는 얘기는 여기(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다"면서 "당에서 광주봉기에 대해 설명한 것은 '광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이 북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는 "당에서 북한과 관련 없다고 했는데 거기 묻힌 사람들이 광주봉기와 관련됐다고 하면, 이해가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5·18과 연관이 없다는 게 노동당의 입장인데 관련자들의 무덤을 공개적이고 누구나 드나들 수 있게 만들 리가 없다는 얘기다.

이 묘비를 본 적이 없는 다른 탈북자에게서도 '북한이 광주에 개입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는 공통된 반응이 나왔다. 1972년부터 26년간 청진시에 거주했던 한 탈북자는 "5·18이 났을 당시는 아니지만, 이후에 북한에서 소문으로 들었던 얘기는 '광주에서 봉기가 나서 당이 개입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봉기가 진압이 돼 개입시기를 놓쳤다'는 내용"이라고 전했다.

이 탈북자는 "남한에서도 '북한에서 봉기가 나면 우리도 뭘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는 것처럼, 당시에 북한에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걸로 들었다"고 했다. 이와 거의 비슷한 얘기를 또 다른 탈북자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북한이 개입을 고민했지만 결국 못했다'는 내용에 대해 "북한에서는 그게 정설"이라고 말했다.

정보당국도 관련성 부인..."상식에 맞지 않아"

정보 당국 역시 이 묘와 5·18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TV조선'의 22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북한 정보원을 통해 현장조사를 했지만 묘비 속 이름들과 광주민주화운동을 연결 지을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특수부대원의 이름을 나열하고 특수임무를 공개하는 것도 상식에 맞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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