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죽여라'등 맹목적 막말 "일본 우익단체가 괴물로 보였다"

도쿄 2013. 4. 29.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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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한 시위 참여했던 30대 일본인의 참회결별 선언 1시간 만에 비난 댓글 5471건 광적 분노에 공포 느껴

3월 어느 일요일 오후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한인밀집상가. '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의 시위와 이들을 비판하는 시위가 함께 열린 이 자리에 한 남성(39)이 눈시울을 적시며 서있었다.

재특회와 성향이 비슷한 넷우익(우익성향네티즌) 단체 회원으로 반한 시위에 65회나 참가했던 그는 이날 구경꾼의 입장에서 시위를 지켜보고 충격을 받았다.

"신오쿠보의 바퀴벌레 여러분 안녕! 우리는 전일본 사회 해충박멸 청소연합회 시위대입니다. 재일 한국인을 대포동(미사일)에 매달아 한국으로 쏘아 버립시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난무하는 시위를 보면서 그는 자신이 얼마 전까지 저런 일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부끄러웠다.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보수 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넷우익들이 이후 반한 시위와 과격발언을 이어 가는 사회 현상을 이 남성의 시선을 통해 28일 보도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이 남성은 어느 날 재일 한국인과 조총련계가 일본에서 부당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는 재특회의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접했다. 그렇지 않아도 영토 문제와 역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일본이 비판받는 상황에 속상해 있던 그는 동영상의 주장에 공감했고 이후 한류 드라마를 많이 편성하는 후지TV 방문 시위와 한국 및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인 민주당 정권 반대 농성에 참가했다. 그는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돌며 시위를 찍어 우익 인터넷 사이트에 실시간 중계하기도 했다. 자신의 활동이 아베 정권 탄생에 일조했다는 성취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위 양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참가자는 줄어드는 대신 과격 발언의 수위는 더 높아졌다. 조금만 다른 주장을 하면 곧장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인터넷 정보가 옳은 것인지 의문이 생긴 것도 그 무렵이었다. 우익과 다른 관점의 책을 접했고 재일 한국인이 일본으로 건너온 경위도 알게 됐다. 2월 오사카 시위에서 "조선인을 죽여라"고 외치는 동영상을 본 그는 우익 시위와 결별을 결심했다.

3월 일요일 우익 시위를 구경꾼으로 보기 전날 그는 "살인과 바퀴벌레를 거론하는 시위는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는 괴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글을 남기고 결별을 선언했다. 그러자 "죽어라" "너도 자이니치(재일한국인) 인정" 등 비난 댓글이 1시간 만에 5,471건이나 올라왔고 그는 공포를 느꼈다.

아사히신문은 "적을 찾아 폭력적인 말을 퍼붓는 사람, 그런 사람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일본에 팽배하다"며 "관용사회의 위험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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