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FX사업, 경제위기 미국엔 단비?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2013. 3. 20. 01: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3월1일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이 자동 삭감되는 시퀘스터(sequester)가 발동되면서 미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연방정부의 예산은 회계연도가 마감하는 9월 말까지 7개월 동안 850억 달러가 자동 삭감되며 이 가운데 국방 예산은 올해에만 460억 달러(약 50조원)를 줄여야 한다.

향후 10년 내 5000억 달러(약 546조원)의 국방 예산도 도려내야 한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도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군대 급여를 제외하고 올 회계연도에 국방부 예산이 7.8% 삭감될 것이라고 의회에 보고했다.

국방부 자체 예산도 이리 어려운 사정이라 록히드마틴 같은 미국 방위산업체들에게 무기 조달 자금을 지불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애시턴 카터 국방부 차관은 3월1일 "(시퀘스터 발효로 인해) 방산업계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예산 삭감은 무기 계약이 계획했던 것보다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시퀘스터로 인해 미국 사회는 고가의 무기가 과연 미국 안보에 절실한 것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보게 됐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끝나가고, 긴박하게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안이 없는 시점에서 고가의 무기가 과연 필요하냐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월20일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1조60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조달 프로그램 10개를 지목했는데, 이 가운데서도 F35 전투기 도입이 가장 눈에 띈다. 미국 국방부는 2013 회계연도에 록히드마틴의 F35 29대를 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규모 예산 삭감이라는 변수를 고려할 때, 미국 국방부가 F35 구입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늦어진 F35 개발 사업도 차질을 빚으리라 예상된다.

ⓒAP Photo F35는 '꿈의 전투기'로 불렸지만 개발 기간이 계속 길어지고 연이어 결함이 발견되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F35 전투기 개발 사업은 지금까지 3960억 달러(약 430조원)가 투입된 미군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개발 프로젝트다. 개발 초기에는 현재 생산되는 전투기 중 가장 완벽한 스텔스 기술을 갖춘 '꿈의 전투기'로 불리며 여러 나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미국을 포함해 영국·터키·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덴마크 등 9개 국가가 공동 투자했으며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FX사업)에 낙찰 가능성이 높은 가장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FX사업은 스텔스 등 첨단 기능을 갖춘 5세대 전투기 60대를 2016년까지 도입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F35가 많은 기대를 받으며 출발했으나 개발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F35를 둘러싼 논란이 개발국인 미국에서도 끊이지 않았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F35는 2010년 초에 생산이 끝나고 2012년에 실전 배치가 완료되어 지금쯤 전투기로서 활발하게 하늘을 날아다녀야 한다. 그러나 개발 일정 지연으로 아직 시험 비행조차 끝내지 못했다.

개발이 늦어지면서 개발 비용 또한 엄청나게 늘어났다. 현재까지 F35 개발비는 미 국방부 사상 최고인 3960억 달러이며 2013 회계연도 예산도 94억 달러나 된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들어갈지 알 수 없어 미국 내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지난해 11월 < 뉴욕 타임스 > 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무기 개발 사업이라고 일컬어지는 F35 사업이 진척 속도가 너무 느리며, 특별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실망감이 크다"라고 보도했다. 또 < 뉴욕 타임스 > 는 기사에서 "F35의 실제 비용이 벌써 2배 증가했고, 하나의 플랫폼으로 3개 기종을 지원해 세금을 효율적으로 쓰겠다던 계획은 이미 실현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시험 운항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됐다. 지난 1월 해병대 F35B의 연료관에서 결함이 발견돼 한 달 가까이 운항이 중단됐다. 2월19일에도 캘리포니아 주 에드워드 공군기지에서 F35A를 점검하던 도중 저압 터빈 블레이드에서 균열이 발견되어 F35기 전 기종의 시험비행을 전면 중단했다. 이처럼 F35 기종이 엔진 관련 문제로 운항 중단 명령을 받은 것은 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시험 운항 과정에서 연이은 결함

이어지는 사고에 개발이 지연되면서 개발비가 늘어나자 무려 2447대를 구매하기로 한 미국도 난감한 상황이다. 미 상원 국방위원회 존 매케인 의원은 "F35 개발 프로그램은 스캔들인 동시에 비극이다"라고 비판했다. 꿈의 전투기에서 돈 먹는 전투기가 되어버린 F35는 명성에 흠집이 나고 이리저리 악평을 듣지만 미국은 개발을 멈출 수 없다. 이미 12년이라는 시간 동안 들어간 비용도 문제지만 더 예민한 문제가 있다. F35는 미국 45개주 1300여 곳에 부품업체가 있고 이 업체들과 연관된 일자리만 13만3000개다. 그래서 무작정 개발을 중단해버리면 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Reuter=Newsis 록히드마틴 사의 F35 공장. 미국 정부는 일자리 문제 때문에 돈만 계속 드는 F35 개발을 중단할 수 없다.

미국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일자리는 아주 예민한 문제다. 이런 판국에 일자리를 늘리지는 못할망정 일자리가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할 정치인은 없다. 미국 CDI(국방정보센터· Center for Defense Information)의 윈슬로 휠러 소장은 "F35 프로그램은 정치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비용 때문에 F35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의원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발견된 결함들과 막대한 개발비가 부담스럽더라도 F35 개발 프로그램 자체가 취소되거나 대폭 수정되기는 어렵다. 이 판국에 설상가상으로 시퀘스터까지 발동하게 된 것이다.

그럼 이 골칫덩이 전투기를 살릴 묘책은 무엇일까? F35 사업의 예산문제 해결과 적정한 목표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는 외국으로부터 많은 주문을 받아야 한다. 이미 록히드마틴과 미국 정부는 F35 사업의 파트너인 8개 나라 외에 이스라엘과 일본을 사업에 포함시켰다. 전투기 가격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들어간 개발비와 시퀘스터로 인해 삭감된 예산만큼을 전투기 판매 대금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록히드마틴 사가 F35의 개발이 완료된다고 밝힌 2016년에는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다.

미국의 사정이 이러하니 무려 8조3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한국의 FX사업은 미국에게 엄청난 기회이다. 미국의 한 군사 전문가는 "F35가 한국에 팔린다면 미국은 F35의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들어갈 개발비 충당은 물론이고 국민에게 F35의 존재감을 부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라고 평가했다.

현재 우리 방위사업청이 록히드마틴으로부터 통보받은 F35 전투기 대당 가격은 2130억원으로, 60대를 구입할 경우 통틀어 15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F35 도입을 앞둔 여러 나라 중 가장 비싼 비용이며, 이 사업은 미국 정부가 보증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업체가 가격을 깎아줄 수도 없다. 미국의 한 방산업체 엔지니어는 "전투기는 개발 기간에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그때마다 개선을 거쳐 완벽한 전투기로 거듭나는 게 정상이기는 하다. 문제는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올라갈 때다. 한국 처지에서 그 기간을 기다려주고 또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판매자인 미국 처지에서는 연이은 악재와 시퀘스터에 직면한 F35 전투기를 한국이라는 돌파구를 통해 해결하기를 절실하게 바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인 우리로서는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따지고 또 따져봐야 할 일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싱싱한 뉴스 생생한 분석 시사IN Live - [ 시사IN 구독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