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 반군 "프랑스군은 지옥의 문 열었다" 역공
서아프리카 말리 내전에 개입한 프랑스군이 반군의 역공에 고전하고 있다. 프랑스군이 공습 나흘째인 14일 반군 핵심지역인 북동부 키달과 가오 지역을 잇따라 공격해 성과를 올리는 동안 반군은 남서부 수도 바마코에서 북쪽으로 400㎞ 떨어진 디아발리를 장악했다.
반군조직 서아프리카지하드통일운동(MUJAO)의 지도자 오마르 울드 하마하는 이날 유럽1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지옥의 문을 열었다"며 "프랑스군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전쟁보다 더 위험한 덫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이어 공습을 퍼붓는 프랑스군에 "남자라면 지상으로 내려와서 싸워라"며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선동했다.
반군의 예상외의 강력한 전투력과 조직력 때문에 프랑스군의 군사개입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4월 말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북부지역을 점령하고 독립을 선언한 반군에는 알 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와 연계된 이슬람 세력 안사르딘과 MUJAO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 반군은 2011년 리비아 내전 당시 무방비 상태가 된 중무기 등을 챙기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전문가들은 "반군 내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사 3,000~4,000명이 핵심"이라며 "이들은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외부세력의 개입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고 분석했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국방장관은 "무장한 반군이 디아발리를 장악했다"며 "서부지역에도 잘 훈련된 반군과 맞서야 하는 지역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반군은 마약 밀수 등으로 재정상태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국방정책 전문가인 파스칼 르 포트르마는 "반군은 전략적 기술이 뛰어나고 잘 조직돼 있다"며 "이들 기지 몇 군데를 파괴하는 것보다는 지상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서방 국가들은 개입을 꺼리고 있어 프랑스만의 전쟁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4일 프랑스의 말리 군사작전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하지만 미국, 독일, 영국 등은 직접적인 병력투입보다는 군수 원조 및 인도주의적 지원에만 나서고 있다. 말리에 750명의 병력을 투입한 프랑스는 앞으로 2,500명까지 병력을 늘릴 계획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말리 내 치안이 유지되고 테러리스트들을 소탕할 때까지 프랑스군이 남아있을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전쟁의 장기화를 막으려면 프랑스가 반군과 협상토록 말리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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