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염 기른 살라피스트, 알카에다 뺨치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입력 2012. 11. 16. 01:29 수정 2012. 11. 1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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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피스트는 중동의 민주화 혁명으로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이슬람 급진 세력이다. 이들은 수염을 기르고 다녀 어디를 가든 눈에 띈다. 이들이 급부상한 것이 바로 지난 9월에 일어난 반미 시위였다.

살라피스트는 중세부터 시작된 이슬람 그룹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창시자인 예언자 마호메트의 동료와 그들의 직계 제자들을 살라프(선조)라 부르는데 살라피스트란 '살라프를 따르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들은 철저한 이슬람 원리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무력 사용도 불사한다. 이슬람 세계의 부흥을 위해선 서구 문화

를 배척하고 변질된 이슬람 교리를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지배하던 7세기 이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것은 알카에다의 '정신적 시조'인 사이드 쿠틉(1906~1966)의 사상과 같다.

ⓒReuter=Newsis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원리주의인 '와하비즘'이나 '수피교'도 아주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표방하는데, 살라피스트들은 이들조차 이슬람의 원리주의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아프간의 탈레반보다 더 과격하고 와하비즘보다 더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것이다. 지난 8월에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대낮에 살라피스트 수십 명이 500년 넘은 수피교 성전을 불도저로 밀어버렸다.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공격 사건을 일으킨 것도 살라피스트 세력, 또는 살라피스트 계열의 무장조직으로 추정된다. 미국 등 서구 정보조직과 언론들이 이번 영사관 피습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한 '안사르 알샤리아 여단'도 살라피스트 계열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살라피스트의 폭력성이다. 지난 9월 반미 시위 중 이집트 카이로 주재 미국 대사관 담장에 올라 성조기를 훼손한 시위도 살라피스트들이 주도했다(아래 사진). 이집트 살라피스트 지도자 웨삼 압델 와레트는 그 전날 "오늘 오후 5시 미국 대사관 앞에 집결하자"라고 촉구했다. 와레트는 이집트에 있는 이슬람 성향의 헤크마 방송채널 사장이기도 하다. 와레트의 제안에 살라피스트 수천 명은 미국 대사관 앞에 모였으며 특히 살라피스트의 상징인 턱수염을 기른 이가 눈에 많이 띄었다.

지난해 1월과 5월에는 알렉산드리아와 카이로 인근 임바바에 소재한 콥트(기독교 소수분파) 교회에서 살라피스트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와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두 지역 콥트교회를 노린 공격으로만 최소 3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이 부상당하면서 이집트 살라피스트 세력의 폭력성이 우려되고 있다. 튀니지에서도 살라피스트들은 술을 파는 가게를 공격하거나 SNS를 통해 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선수를 비하했다.

살라피스트는 최근 말리에서 레바논까지, 인도 카슈미르에서 러시아 남부 코카서스 지역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 포린폴리시(FP) > 도 최근 살라피스트들이 중동 지역 정치권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는 서방 세계로서는 매우 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아의 저널리스트 무하마드 샤하르 씨는 "미국은 대선 때문에 바쁘고 살라피스트는 날이 갈수록 리비아에서 힘을 키우고 있다. 이제 미국이 상대해야 하는 적에 탈레반과 알카에다, 그리고 살라피스트가 더해졌다. 그러나 미국에게 더욱 불행한 사실은, 살라피스트가 탈레반과 알카에다와는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적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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