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부른 영화' 의혹투성이

2012. 9. 14.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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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약 동영상 화면-음향 조잡.. 영화 진짜 있는지도 의문
유대계로 알려진 제작자 "이집트 콥트 지도자" 보도도

[동아일보]

리비아 주재 미국영사관 테러와 이슬람권의 시위를 촉발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무지한 무슬림(Innocence of Muslims)'의 실체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확인된 것은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모독하는 내용의 13분 51초 분량 유튜브 영상뿐. 사건 직후 일부 매체와 전화 인터뷰를 한 뒤 종적을 감춘 제작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데다 2시간 길이로 알려진 영화의 존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튜브 영상은 '영화'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조잡하다. 방송용 디지털캠코더로 촬영했고 더빙한 음향도 어설프다. 한 배우는 분장이랍시고 박박 깎은 머리에 회색 물감을 칠해 투구를 쓴 척한다.

내용은 시종 이슬람교를 작정하고 조롱한다. 주인공 무함마드는 음식을 탐하고 여색을 밝히는 야만인으로 묘사됐다. 유대인을 탄압하고 살인 약탈 성폭행을 선동하는 도둑 떼의 우두머리다. 남의 아내를 범하기 위해 꾸란을 제멋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 영상에 대해 AP통신은 11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출신의 50대 유대계 부동산 개발업자 샘 버실 씨가 500만 달러(약 56억 원)를 들여 제작한 영화를 축약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2일 "캘리포니아 부동산중개인협회에 문의한 결과 샘 버실이라는 회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스라엘 외교 당국은 제작자가 유대인이 아니라 이집트 출신의 콥트교 지도자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집트에서 자생한 기독교인 콥트교 신자들은 인구의 90%인 무슬림과 오랜 분쟁을 벌여 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유튜브에 영상이 처음 올라온 것은 6월. 당시 반응은 미미했지만 9·11테러 11주년을 며칠 앞두고 아랍어 더빙본이 유튜브에 다시 오르자 조회 수가 순식간에 100만 건을 넘었다. 이 신문은 "미국 내 콥트교 신자들이 아랍어 더빙본을 퍼뜨렸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이 장편 영화의 축약본이 아닐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영화가 존재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로스앤젤레스 한 극장 직원이 익명으로 남긴 증언뿐"이라고 전했다. 이 직원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샘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인물이 몇 달 전 필름을 들고 찾아와 상영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가 할리우드를 통해 확인한 결과 '무지한 무슬림'이라는 영화의 제작이나 배우 기용 기록은 없었다. 2009년 제작된 '사막의 전사(Desert Warrior)'라는 영화의 기록에 남겨진 제작자 이름은 샘 버실(Sam Bacile)이 아닌 샘 버시엘(Bassiel).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각본 자문을 맡았다"고 밝힌 스티브 클라인 씨는 "원래 제목은 '무지한 빈라덴'이었고 'Sam Basile'이 감독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단역 여배우는 감독의 이름을 'Sam Basil'이라고 기억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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