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담뱃갑 판결'.. 금연정책이 초국적 담배업계를 이겼다

최민영 기자 2012. 8. 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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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포장규제 방침업체, 지재권 소송 패소세계 첫 사례 파급 클 듯

담뱃갑에서 상표를 삭제하고 포장을 통일시키는 호주의 강력한 금연정책에 대해 호주최고법원이 15일 합헌판결을 내렸다. 패소한 글로벌 담배기업들은 판매량 감소를 우려하면서 세계 최초로 '민무늬 담뱃갑' 정책을 밀어붙인 호주의 사례가 다른 나라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호주최고법원은 재팬타바코·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임페리얼타바코 4개사가 호주 정부의 담배포장 규제가 지적재산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이날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1일부터 호주에서 판매되는 담배는 연녹색 상자에 제조사·상표명이 작은 글씨로 표기된다. 대신 구강암, 시력을 잃은 안구같이 흡연 관련 질병의 적나라한 사진과 함께 경고문구가 큰 글씨로 표기된다. 흡연 욕구를 최대한 떨어뜨리자는 의도이다.

이번 판결은 호주 정부의 승리로 평가된다. 호주 정부는 흡연으로 인해 연간 315억호주달러(약 37조원)의 보건예산 부담이 발생하고, 지난 60년간 90만명이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자 강력한 금연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발표된 '민무늬 담뱃갑'은 그 일환이다. 전체 인구 중 17%가 흡연가인 호주는 담배에 여러 세금을 물려 25개피들이 한 갑에 16달러(1만9000원)에 달하지만, 흡연 인구가 좀처럼 줄지 않아 왔다.

캐나다암협회의 정책전문가 롭 커닝험은 "이 같은 포장 규제가 수익 급감으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는 담배업계는 도입을 저지하려 온 힘을 기울였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호주의 선례를 따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BBC에 말했다. 니콜라 록슨 호주 검찰총장은 판결 직후 "각국 정부들은 오늘 호주의 사례에서 거대 담배회사들과의 소송에서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정부의 승소를 계기로 여러 나라가 유사한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일부 주가 현재 '민무늬 담뱃갑'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담배업체들은 상표 표기가 금지되면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상표가치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코트 매킨타이어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 대변인은 "법원 결정에 승복하겠다"면서 "호주 정부의 이번 규제는 범죄조직들이 불법제조·밀수담배로 돈을 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립모리스는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이용한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호주와 홍콩은 1993년 양자투자협정을 맺었고, 여기에는 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는 ISD 조항이 포함돼있다. 이 회사 대변인 크리스 아전트는 "민무늬 포장에 대한 법적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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