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서 알게 된 섬뜩한 진실

박우진기자 입력 2012. 8. 10. 21:07 수정 2012. 8. 1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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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사생활 전시 섬뜩.. 이젠 사람을 만나고 고독의 축복 만끽"페이스북 꺼버린 저커버그의 옛 측근

2년 전까지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대필 작가이자 고객 업무 책임자였던 캐서린 로스는 '마스터 비밀번호'를 갖고 있었다. 이 번호만 있으면 페이스북 이용자가 작성한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다.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 비밀번호는 불편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한 계기가 됐다.

남성 이용자가 자신의 페이지를 반동성애에 관한 글과 사진으로 도배하는 바람에 벌어진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남성의 비밀번호는 '나는 제이슨(남성 이름)을 사랑해'였다. 그는 동성애자이면서 공개적으로는 반동성애를 부르짖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해왔던 것이다. 로스는 "그 고통스러운 아이러니에 놀랐다"고 말했다.

로스가 페이스북의 심장부에서 목격한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은 '어둠의 프로필'이다. 이용자들의 포스트를 통해 미가입자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런 프로필은 이들이 페이스북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공개된다. 페이스북이 미가입자까지 정찰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이에 대한 내부의 반성이 전혀 없다는 것에 그는 섬뜩함을 느꼈다.

2004년 대학을 졸업할 당시 로스에게 꿈의 직장이었던 페이스북은 5년간의 재직 기간 동안 악몽으로 변했다. 세계의 친구들을 가까이 만나고 언제라도 혼자가 아닐 수 있게 해준다는 소셜미디어의 달콤한 약속이 위험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너무나 민감한 사생활 공개를 대가로 요구하기 때문이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동영상 올리는 기능이 추가되었을 때 로스의 불편함은 더욱 커졌다. 이를 개발한 엔지니어는 주변 사람들을 거의 강제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차 안에서 잠든 모습이 찍혀 페이스북 페이지에 전시된 것을 본 로스는 분노했다. "이제는 내가 차 안에 있는 것도 누구나 볼 수 있는 퍼포먼스가 된 셈이에요. 우리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 순간도 페이스북을 떠날 수 없게 됐죠."

이런 로스의 마음을 눈치챈 듯 어느 날 저커버그가 "당신을 믿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을 때 그는 결심했다. 사표를 냈고 페이스북을 꺼버렸다. 한때 푹 빠졌던 인간관계의 혁명에 대한 관심은 모두 잃었다. 대신 다시 구식으로 친구를 사귀어 보기로 했다.

그 결심이 로스를 미 텍사스주의 외딴 마을 마르파로 이끌었다. 천문학자들이 문명의 빛 공해를 피해 태고의 하늘을 보러 올만큼 현대화와는 거리가 먼 사막 고원 마을이다. 황량함과 한적함에 반한 예술가들이 모여 살며 특유의 문화를 형성한 곳이다. 로스는 여기에 토담집을 마련한 후 휴대전화 신호가 약해 트위터조차 하지 못하는 '뜻밖의 축복' 을 누리며 2년간 책 한 권을 썼다. 지난주 미국에서 출간된 '소년 왕들, 소셜미디어 심장부로의 여행'이다. 그는 페이스북에서의 경험을 돌아보면서 소셜미디어가 훨씬 더 많은 접속을 보장하지만 인간관계의 만족감과 범위는 점점 더 좁아진다는 것, 그리고 효율성이 친밀감을 대체해버린 지금은 인류가 기술과의 관계를 재협상해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로스는 사람들과 가능한 한 만나서 대화하려고 한다. 소셜미디어보다는 전화나 이메일을 쓴다. 마을 바깥으로 사막의 꽃을 보러 갈 때는 휴대전화는 차 안에 남겨둔다. 단순하고 완전한 고독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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