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풀코스'를 아십니까

2005. 11. 2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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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진희 기자]

▲ 평양시내 통일거리에 위치한 평양 단고기집.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평양-남포 통일 마라톤대회 남측 참가자들이 24일 오후 대회를 마친 뒤 평양 단고기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맛이 달아서 단고기라고 합네다"

북한에서는 개고기를 '단고기'라고 한다. 그 이유를 "맛이 달아서"라고 북한 사람들은 전한다. 북한에서는 '단고기를 먹는다'하면 개 한마리를 다 먹는 셈이다. 수육과 보신탕, 두 가지를 주로 먹는 우리나라 개고기 요리와는 달리, 북한 단고기 요리는 개 한 마리의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기 때문.

오마이뉴스 평양-남포 통일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찾은 남측 참가자들 150여명은 24일 오전 마라톤 대회를 치른 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평양 단고기 집을 찾았다.

북한의 단고기는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평양 단고기집'은 그중에서도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단고기 요리 전문점이다. 단고기 중 먹고 싶은 부위를 말하면 주문을 받아 그 부위만을 요리해 주기도 한다.

이 곳에서 단고기 요리를 시키면 개등뼈찜에서 시작해 삼겹살(북측 사람들은 세겹살이라고 부름), 갈비살, 뒷다리토막찜, 마지막으로 육개장과 비슷한 단고기국과 밥이 나오는 단고기 '풀코스'요리가 나온다.

개 등뼈찜 - 별점 3개

▲ 평양 단고기 등뼈찜.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개 등뼈찜은 단고기 풀코스 중 가장 먼저 제공된다. 간장과 갖은 양념 등을 넣어 양념한 뒤 잣과 붉은 고추등을 썰어 넣어 우리나라의 갈비찜 요리와 비슷한 맛이 난다.

본인은 단고기 요리를 별로 즐기지 않기에, 개 등뼈찜을 단고기 풀코스중 가장 냄새가 심했던 부위였다고 평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에서 먹는 '냄새 안나는 보신탕' 보다는 냄새가 덜했다. 그 정도로 북한의 단고기 요리는 부드럽고 냄새가 나지 않는다.

북한에서는 단고기를 먹는 법칙이 있다. 하나는 단고기를 절대로 간장에 찍어 먹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소주를 곁들여 먹는다는 것. 북한에서는 단고기를 들깨로 만든 소금에 찍어 먹는다. 개등뼈찜을 들개로 만든 소금에 찍어먹으면 특유의 개고기 맛이 더욱 두드러진다.

세겹살요리- 별점 3개

▲ 평양 단고기 위 세겹살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개 등뼈찜으로 입안 가득 단고기 맛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두번 째로는 개고기 삼겹살 요리가 기다리고 있다. 북한에서는 삼겹살을 '세겹살'이라 하므로 이번 요리는 '세겹살요리'가 그 쪽 표현으로는 정확하다.

'세겹살' 요리는 개의 연한 앞가슴살로 만든다. 죽순 등을 넣어 만든 중국식 요리 류산슬과 비슷한 맛이 나며, 쫄깃쫄깃하면서 고소해 씹어먹는 맛이 일품이다. 피망과 양파 등이 함께 곁들여져 나와 느끼하지 않고, 냄새는 개등뼈찜에 비해 많이 나지 않는 편. 북한의 통 양배추와 함께 먹으면 고소하고 쫄깃한 맛이 더욱 두드러진다.

갈비살 요리-별점 4개

▲ 평양 단고기 갈비찜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일명 '개고기 립'이다. 개 갈비의 맛이 어떤지 궁금한 사람은 실감나게 맛볼 수 있는 요리. 별다른 양념을 넣지 않아 단고기 맛이 더욱 실감나지만, 결코 느끼하지 않다.

특유의 연하고 부드러운 육질이 특징. 지금까지 나왔던 단고기 요리중 가장 부드럽고 연해서, 개고기를 싫어하는 여자들이라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뒷다리 토막찜-별점 5개

지금까지 나왔던 단고기 요리 중 가장 개고기 맛이 안나면서도 맛있어 개인적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은 요리. 접시에 담긴 '우아한' 모습은 마치 퓨전레스토랑 요리를 연상케한다.

양파와 붉은 피망 등이 양념으로 들어가며 연하고 부드러운 맛에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제격. 단고기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며느리도 모르게 넘어갈 수 있는' 요리인 듯 하다.

단고기국(육개장 맛)- 별점 4개

▲ 평양 단고기 장밥과 좁쌀밥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황홀한 풀코스를 즐기고 난 뒤에는 마지막으로 조밥과 단고기 국이 나온다. 노란 조를 넣어 만든 조밥에 육개장 맛이 나는 단고기 국을 먹는 것으로 평양 개고기 풀코스 요리는 끝이 난다. 다소 양념이 진하지만 얼큰하면서도 개운하다.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

개고기를 먹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깐깐한' 서울여자도 평양 단고기 풀코스 요리의 매력에는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단고기 맛을 본 남측 사람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오마이뉴스> 평양-남포 통일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남측 참가자들은 단고기가 풀코스로 나오는 점이 가장 신기하다고 말했다. 또한 남측 개고기 요리보다 냄새가 훨씬 덜나고 부드럽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배형진씨와 어머니 박미경씨도 단고기 요리 접시를 깨끗하게 비웠다는 후문.

참고로 단고기와 함께 먹어본 북한의 김치 맛은 우리 김치보다 양념이 적고 훨씬 담백한 맛이 났다. 북한은 보통 통배추 김치를 먹는데, 고춧가루가 많이 들어가지 않고 담백한 김치국물이 있어 물김치에 가까운 맛이 특징이다. 또한 단고기에는 양배추김치를 곁들여 먹기도 하는데 배추 김치와 같은 맛을 내면서도 양배추 특유의 이국적이면서도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 평양 `단고기 료리` 차림상.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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